인간

[우츠하츠] 코끼리 무덤

ABCisnotABC 2021. 11. 10. 03:09

샤크 팩토리, 후카오 공업의 쯔꾸르 게임 세포신곡의 2차 TRPG 탁 플레이 로그입니다.

COE본편, DLC, 은자 및 막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열람 유의해주세요.

인장 지원 : 쥐 (@gee___H)

 
준비가 되셨다면,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시겠어요?
 
노리유키.
 
우츠기 노리유키:... 예. 당신이 찾는 광대가 바로 저입니다.
 
무대를 위한 극본은 준비되었답니다.
 
당신을 위한 희극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
 
BGM : 시작해볼까요? ◁ Link
 
그 날도,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기억하고 있나요?
 
당신의 별이 진 날이예요.
 
일찍이 지구의 생명체는 절멸했습니다.
 
인간, 이라 부를 수 있던 것들 말이예요.
 
모든 생명체들이 지녔던 각자의 이야기만큼,
 
각자의 고통을 토해낸 그것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괴성을 지르고 울부짖더니,
 
각자의 타이밍에 각자의 방법으로
 
돌연
 
죽어버렸어요.
 
몸이 녹아내리고 숨을 거두는 데에 걸린 시간은 겨우 수 초.
 
그렇게 몇 일만에 전부 사라져버리고 말았어요.
 
모든 생명체가 죽임당했습니다.
 
재난은 우리에게 어떠한 징조도 주지 않았어요.
 
대처할 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분명,
 
당신은 그 손을 쥐고 있었는데.
 
얽혔던 손가락이 그를 놓쳐버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공중에 날렸습니다.
 
아아, 그래.
 
그건 하츠토리 하지메에 대한 기억입니다.
 
벌써 몇 번째인가요.
 
꿈에서야 그를 만날 수 있게 된 지가 벌써 1년.
 
녹다 만 시체가 가득한 거리.
 
열매 맺지 않는 땅과
 
길짐승 하나 나다니지 않는 텅 빈 세상.
 
당신만이 살아남은 세상입니다.
 
왜 나만이 이 세상에 살아남았나요.
 
왜 나를 이렇게 두고 떠났나요.
 
이 세상은, 이제.
 
무얼 위해 존재한단 말입니까.
 
대답 없는 물음이 가득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에겐 오히려 좋은 일일지 모릅니다.
 
해가 저문 오늘 밤,
 
평범하게 끔찍한 당신의 하루에
 
누군가가 찾아왔거든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츠기 노리유키:(그것이 아주 작은 소리더라도, 그 날 이후로 정적만이 가득한 이곳을 깨어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환청마저 와버린 걸지는 몰라도 기대를 품어,) ... 누구, 십니까?
 
어쩌면 그래요.
 
당신이 바랬던 목소리.
 
꿈결같이 그렸던 목소리.
 
하츠토리 하지메:아무도, 없는 걸까.
 
1년만에 들어보는 목소리는,
 
하츠토리 하지메의 그것과 꼭 닮아있었습니다.
 
우츠기 노리유키, 이성 판정
 
우츠기 노리유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어, 지능 판정
 
우츠기 노리유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건, ... 불가능합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는...
 
죽어버렸잖아요?
 
작년 그 재난 속에서 말이예요.
 
잠깐...
 
그러고 보니, 당신은 왜 확신을 가지고 있었나요?
 
그야, 당신.
 
하츠토리 하지메의 시체를 본 적 있었나요?
 
모두가 죽었으니 그도 죽었으리라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가요?
 
확실히 그 때,
 
손을 잡고 있던 게 맞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마냥 혼란스럽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안에 있다면, 조금 도와줄 수 있을까.
 
당신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밖에선 말을 걸어옵니다.
 
우츠기 노리유키,
 
당신의 선택입니다.
 
우츠기 노리유키:... 하, 지... (아주 오래 전 말상대는 잃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답보다도, 그가 정말 이 앞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 문을 열었습니다.)
 
당신은 문을 열어요.
 
정말로, 문을 열어버립니다.
 
BGM : 그리고 알아차립니다. ◁ Link
 
깨달아버려요.
 
내가 이렇게 죽은 듯 살아있는 까닭은,
 
다만 당신이 죽어버려서라고.
 
한 번 잃어버린 사람이
 
하츠토리 하지메:다시 돌아와줄리가 없잖아?
 
알고서도 이런 행동을 선택을 해버린 건가요?
 
어느쪽이든 상관 없을지도 몰라요.
 
이미 늦었으니까요.
 
당신, 목이 없는 고문은 오래 봐왔잖아요?
 
익숙한 거예요.
 
그래, 다를 것 없잖아요.
 
목이 없는 하츠토리하지메의 시체가
 
당신에게로
 
 
 
쏟아지듯 안겨옵니다.
 
인사를 건넬까요.
 
끌어안을까요.
 
분명 그럴리가 없는데.
 
간만에 안은 그의 몸에선 그리운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곧, 당신의 몸에도 격통이 찾아옵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통각입니다.
 
꺼져가는 의식 속,
 
당신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잊은 채.
 
다만 생각합니다.
 
지구 최후의 생존자의 말로가 이것이라니.
 
아아, 달콤한 임종입니다.
 
당신은 그저 그의 옷자락을 부여잡습니다.
 
아아, 이제 함께야.
 
드디어 찾아갈 수 있어.
 
이것은 완벽한 사기극이 전한 당신의 종언.
 
당신만을 위한 덫이었으니.
 
눈을 감을까요, 우츠기 노리유키.
 
END. 사랑하는 그의 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