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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우츠하츠] 연화비망록

샤크 팩토리, 후카오 공업의 쯔꾸르 게임 세포신곡의 2차 TRPG 탁 플레이 로그입니다.

COE본편, DLC, 은자 및 막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열람 유의해주세요.

(* 하츠토리,우츠기 인장 픽크루 사용)

 
준비 되셨나요?
 
宇津木 徳幸:언제나 항상, 당신에게 향하기 위해서는 줄곧.
 
그럼, 시작해볼까요.
 
宇津木 徳幸:기꺼이.
 
우츠기 노리유키.
 
이것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무너지며, 그러나 마음으로 바랐던.
 
어떤 제왕과 그 곁의 이의 기록
 
年華圮望錄
 
w. 널
 
KPC 하츠토리 하지메 PC 우츠기 노리유키
 
번성하고 찬란했던 역사도 이제는 옛말입니다.
 
우리는 망국의 가시밭길로 걸어 들어가는 시대 속입니다.
 
이 나라가 타국과의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황폐하고 지난한 생의 끝에서 곡성과 원성이 궐을 향합니다.
 
스스로를 불운하다 여깁니까?
 
불행하다 여깁니까?
 
그러나 당신, 적어도 그보다는 서럽지 않을 텝니다.
 
이 나라의 그 누구도 그보다 비참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츠토리 하지메.
 
당신의 별이자, 위대한 군주였던 그 말이에요.
 
당신이 언제고 왕좌에 올라 우러러보아야 했던 용안은
 
사흘 뒤면 가장 낮은 땅에 이마를 찧으며 치욕스럽게도 타국의 제왕에게 경배와 충직의 절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참담해야 할 그는 기어코 돌아버린 걸까요.
 
갖은 정사를 폐하며 사실상 이제 일국의 국왕으로서의 책임을 놓는 와중 하지메는……
 
하인: 우츠기 님. 후원에서,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고개를 듭니다.
 
바깥에서 당신을 부르는 궁인의 목소리입니다.
 
어찌하여 친히 부르신다니 채비를 하고 나가 뵈어야지요.
 
이제 곧 당신의 군주를 부르는 칭호는 폐하가 아닌 전하로 끌어내려질 것입니다,
 
여즉 폐하라 부르는 궁인의 말에 새삼 그런 감상을 갖는 것도 잠시.
 
길을 나섭니다.
 
노리유키, 관찰 판정
 
宇津木 徳幸: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실상 작금에 이르러서는 궁 안에서 제 기능을 하는 데가 없습니다.
 
매일같이 수라를 준비하는 나인들이나 좀 바쁠까요.
 
근무를 서는 호위도 거의 없고, 궐 담장 안쪽에서 빨래를 하거나 수다를 떨던 하인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끊임없이 읍소하는 문관들.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어요.
 
굳게 닫힌 그의 방엔 이미...
 
하츠토리 하지메는 없습니다.
 
당위입니다.
 
나라가 망했습니다.
 
전쟁통에 백성 중 징병된 장정들이 절반은 죽어나가고 전국에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여력도 없고 침범당한 땅은 매일같이 불탔습니다.
 
도성 가장 높고 지엄한 군주를 지키는 당신이 경계를 놓지 않아야 할 것은 당연하였으나,
 
그조차 군사들이 사기 높여 싸우고 있을 적의 이야기이죠.
 
속국이 될 나라의 왕을 굳이 암살할 이도 없으니 지켰던 시간도 지켜야 할 의무도 한단지몽으로 사그라듭니다.
 
당신이 하지메의 곁이 아닌 호위청에 머무르고 있던 까닭도 그러했습니다.
 
이 와중에 하지메가 당신을 불러낸 연유를 생각해봅니다.
 
그러고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죠?
 
아.
 
이제와, 기어코.
 
그가, 그로서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고 말았습니다.
 
노리유키, 듣기 판정
 
宇津木 徳幸: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인: 하지메 님께서 오늘도 다과를 기쁘게 자셨다 하더라. 외려 전쟁 전보다 태도가 너그러워지셨다니.
 
나인: 글쎄, 작금 들어 웃음이 끊이질 않으시니 기어이 광증에 걸리신 게 아닌가 싶어. 변방의 군사들이 투항했다한 것이 열흘 전에 나라가 기어이 망한다 들은 것이 바로 여드레 전인데. 처음 하루는 시름에 가쁘시더니.
 
하인: 그렇지만, 하지메 님은 늘 웃기만 하시고 답을 주시지 않으니까.
우리가 그 분의 속을 어찌 알겠어. 최근엔 우츠기 님도 곁에 두지 않으셨다며.
 
나인: 어쩌면 속국의 왕이나 되시어 제왕의 일은 도로 물리고 비위나 맞추며 호위호식하는 것이 그리울 수도 있지 않겠니?
우츠기 님이 그렇게 두지 않으니까 이제 피하시는 거 아냐?
 
하인: 얘!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그래!
 
한 시절 가장 높았던 그에 대하여 이토록 험흉한 말들이 도는 것도 사람들은 숨기지 아니합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宇津木 徳幸:(그럴리가, 그가 그럴리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자애롭고, 만인에게 사랑을 베풀던 왕이셨으니. 하지만, 저를 피한다는 말에는 왜 타인의 근거 없는 허언이라 생각하면서도 아픈지 모르겠다.)
 
걸음을 옮깁니다.
 
가슴에 박히는 말들이 한두 마디가 아니었죠.
 
이젠 그가 필요치 않으신 거야.
 
이젠 다 놓고 떠나시려는 거야.
 
그럴만도요.
 
그야, 이 나라는 그가 나고 자란 그의 세계.
 
당신도 못지않게 소중히 했던 세상입니다.
 
어느덧 후원이네요.
 
아름다운 못을 파고 그 가운데 섬을 만들었지요.
 
한때 영롱한 비늘을 자랑하는 잉어들이 연꽃 그득히 핀 못을 노닐었습니다.
 
그러나 철이 바뀜에 백련은 다 지고 물빛은 탁하여 물고기 지느러미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만 화창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혹은 궐 안의 모두가, 하지메가 돌아버렸다고 생각하는 이유.
 
初鳥 創:노리유키, 와주었구나.
 
당신은 그가 티끌만치의 시름도 없이 환하게 웃는 낯으로 당신을 맞는 것을 봅니다.
 
宇津木 徳幸:폐하... (동시에 하지메, 하며 속으로 신음하듯 그를 부른다. 당신은, 어째서, 어떻게 웃을 수 있나. 우리의 세계가 부서졌다. 망가진 낙원을 바라본다. 아, 그저 울고 싶었다. 환하게 웃는 낯에 대비되는 흐린 낯으로 그를, 당신을 바라본다.) 네, 부르셨다 하여.
 
初鳥 創:그야, 얼굴을 보지 못한지도 꽤 되어버렸다고 생각했으니까. 후원을 찾지 않은 지가 언젠지 기억이 나질 않았어. (시들어가는 잎을 손끝으로 훑다가)
이젠 같이 걸어줄 이가 너밖엔 남지 않아버려서. 바쁜 걸 알면서도 부를 수 밖엔 없었단다.
미안하구나.
 
宇津木 徳幸:당신께선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당신이 필요로 하신다면 곁을 지킬 테니. (그간 당신께서 어찌하여 나를 찾지 않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하면, 그건 이기심일까. 천천히 속에서 흘러 고이는 말들을 삼켜내고 웃었다. 당신은 오늘도, 여전히 지독히도 아름답다.) 모두,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우리는 함께 후원을 거닙니다.
 
이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마구잡이로 우거진 나무와 삐걱, 삐걱 소리나는 낡은 다리 위를 걸어요.
 
더 어릴 적에는.
 
분명 나란히 걸었던 날도 있었을텐데.
 
분명 나는... 당신의 옆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제 벌어져버린 거리.
 
딱 세 발자국만큼의 거리가 유독 시리게 가슴에 와 박힙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문득 하지메가 당신을 향해 돌아섭니다.
 
화창하여 무참한 이 날.
 
그는 당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어요.
 
初鳥 創:노리유키.
 
간절함 깃든 옥음.
 
初鳥 創:나를, 죽여주지 않겠어?
 
宇津木 徳幸:... (내가 지금 무얼 들은 것인지. 그러나 반문하지 않았다. 반문했다가 헛걸 들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들었노라, 다시 한번 당신이 다시없을 잔혹한 방법으로 내 숨에 비수를 꽂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바람이 차다며 못 들은 척 하고 싶은데, 차마 또 그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도 없다. 나는, 어찌 해야하는가.) 폐하…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제 이 망가진 세계에서, 나는 오로지 당신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은 그것마저 앗아가려 하십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란 말입니까?
 
왕의 의무를 저버리더니 이제 목숨마저 하찮게 여기는 것입니까?
 
제왕이었습니다,
 
그대 어찌 되었건 한 시절 한 국가를 짊었던 군주였단 말입니다.
 
그러면 당신 발 아래 당신 뒷모습만 보고 있는 문무백관은요?
 
백성들은요?
 
그리고...
 
나는...?
 
당신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나는.
 
어떡하란 말이예요.
 
화창한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합니다.
 
初鳥 創:사흘... 그래.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시간은. 사흘이 되겠구나.
 
사흘.
 
그가 적국에 나라를 바치기까지의 시간입니다.
 
그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조금 젖힙니다.
 
그리고 손을 조금 내뻗었다가,
 
이내 여상히 웃는 낮으로 말해요.
 
初鳥 創: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어. …다행이네, 흉년이 들지는 않을 테니.
 
혼잣말 같은 말마디를 남기고 당신에게 물러가라 명한 그는 허허로이 먼저 뒤돌아 처소로 향합니다.
 
나를 죽여다오
 
훤히 웃으며 말하던 그와 여전히 흉작을 걱정하는 군왕 같은 그가 같은 사람인지조차,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츠기 노리유키.
 
당신은 확신할 수 있나요.
 
당신이 말한, 별 같은 사람이.
 
지금의 그에게도 걸맞는 말인지요.
 
宇津木 徳幸:(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왜, 이리, 숨이 막히지?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찬란하다. 내게만큼은 누구보다 찬란해서, 이대로 눈이 멀어버리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의 잔인한 부탁에도, 눈이 멀어 하지 못했노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여전히, 누구보다 잔인한 그 사람은 그럼에도 눈이 부신 「별」 같아서, 더욱 숨이 막혔다.)
 
일거리가 없으니 후원에서의 한나절이 지나도 밤까지는 한참입니다.
 
호위청까지 다시 돌아가는 걸음은 느적느적합니다.
 
천천히 길을 돌아보면 학사들은 대제학이며 말단 학사까지 다를 것 없이 대전을 향해 읍소합니다.
 
이 나라의 명맥을 끊을 수는 없다며.
 
하나 달리 무슨 방도가 있단 말입니까.
 
이미 전쟁은 패한 채로 끝났고, 우리의 왕은……
 
하지메는...
 
우츠기 노리유키.
 
당신은 그를 위해 뭘 할 수 있나요.
 
아니.
 
무언가를 할 수 있기는 한가요.
 
지금에야 당신은 그의 초라한 등을 마주합니다.
 
수재라 칭송받고 이승의 구원같은 군주라 불리던 그의,
 
보잘 것 없는 밑바닥.
 
온전하지 못한 눈동자.
 
가실 줄 모르는 웃음.
 
어찌 해야 할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노리유키, 듣기 판정
 
宇津木 徳幸: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말소리입니다.
 
소리를 듣자니 세 명의 목소리네요.
 
의원: 아니 진짜 봤다니까? 시방 자네 나를 못 믿는 겐가?
 
도성 바깥에서 약재를 구해다오는 말단 의원들입니다.
 
그런데 저들…
 
어쩐지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맞네 아니네 얼굴 찡그리며 서로 따져대는 것이 가관입니다.
 
의원: 글쎄 주상께서는 정정하시대도? 아니 정정한 게 아니지, 아주 미쳤다니까? 여하간에 미쳐서 허실허실 웃고 다니시지마는 제정신이 아니래도 살아계시는 것은 맞다니까!"
 
너무 몰두한 탓에 당신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의원: 허, 그러면 내가 닷새 전에 본 건 대체 무언가? 어르신께서 무엇하러 극약을 준비했단 말이야?"
 
어라? 근데 이건,
 
당신도 알지 못했던 일 아닌가요.
 
의원: 무어긴, 자네가 대는 근거보다 설득력 있는 것이 스무 개쯤은 될 걸세. 자네 이제 망국이 되었노라 어의 나리고 폐하고 전부 씹어뱉기로 한 게 아닌가?
 
어의라.
 
하지메가 태어나고 걸음을 할 때부터 그를 돌봐왔던 사람입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고, 열띤 말다툼 중에 그제야 의원 하나가 당신을 알아봅니다.
 
의원: 어... 어, 우츠기 님...!
 
宇津木 徳幸:... 그게 대체 무슨 이야기입니까. 자세히, 좀 이야기 해주셔야겠는데요.
 
의원: (옆에 선 의원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서로 눈치를 보다) 어, 어떤 이야기 말씀이실지요... 그, 저희의 시덥잖은 이야기에 어찌 관심을 두시는지...
 
宇津木 徳幸:방금까지 하던 말씀, 다 들었습니다. 극약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의원: 그게, ... 투구꽃... 향이, 났습니다.
소인, 침침한 눈으로 엿본 것이나... 분명 그건 투구꽃의 향이었습니다. 내의원각에 하지메 님이 들르셨을 때. 어의와 단 둘이 말씀을 나누시고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 나오시지 아니하였습니다.
 
宇津木 徳幸:(왜, 왜 이 순간에 그가 말했던 것이 떠오르는가. 그가 말했던, 자신을 죽여달라던 말이, 비참할 정도로 절절히 떠올랐다. 극약을 삼켰음에도 죽지 못해, 그래서 당신은 나를 향해 그리도 잔혹한 명을 내렸는가. 내게 남은 것은 이제 당신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앞에서 한참을 침묵했다. 어의에게로, 그에게로 가야겠다.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 이상 쓸데없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의원: ... 알겠습니다.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더 하문하실 것은 없으신지요...
 
宇津木 徳幸:(무언가 말할 것처럼 뻐끔거리다, 문득 소리가 나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니, 말하고 싶지 않은 것에 가까울까. 그저, 그대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 숨이 막힌다.)
 
의원: ...우츠기, 님...?
 
宇津木 徳幸:......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는 어디서 이 이야기를 꺼내지만 마시길.
궐에는 듣는 귀가 많습니다.
 
의원들은 당신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재촉해 자리를 뜹니다.
 
어쩌면, ...그래요.
 
이미 저들은 국왕인 하지메보다도.
 
당신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노리유키, 지능 판정
 
宇津木 徳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패망한 왕국의 제왕입니다.
 
나라 바깥에서는 전쟁이 끝났으니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하지메를 해하려 드는 이가 없을지 몰라도,
 
어쩌면 궁 내부의 사람이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할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왜?
 
지금 그가 죽는다 해도 이 나라가 속국이 될 것임은 변할 리 없습니다.
 
게다가 왜 어의가 찾아간 것이 아니라 주상 자신이 찾아간 것일까요?
 
당신은 호위청으로 돌아가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다시금 향합니다.
 
날 흐린 와중에도 길에 볕은 불그스름하여 색 번지니 이제야 서녘으로 해가 향하나 싶습니다.
 
호위청에 다시 돌아가 문지방을 넘으면 역시 말단 겸사복들이 당신을 보고 꾸벅 인사합니다.
 
말단 겸사복: 나으리, 오셨습니까.
 
노리유키, 지능 판정
 
宇津木 徳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필시 순찰을 돌러 나가는 것일 겝니다.
 
그러고보니 닷새 전의 당직을 섰던 이도 함께군요.
 
나라에 병졸이란 병졸은 전부 전쟁에 나가 반절이 목숨을 잃었으니,
 
겸사복이 순시병 역할을 대신하는 중입니다.
 
어라...
 
그러고보면, 하지메가 극약을 마셨던 그날.
 
그날, 궁 안을 순찰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 겸사복이 내의원 근처를 돌았다면요.
 
宇津木 徳幸:크게 바쁘지 않다면 잠시 대화 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내 말을 고른다. 혹시라도 여지가 있으니 다른 이들의 시선 앞에서는 물어볼 수 없다.)
 
말단 겸사복: 아, 아직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우츠기 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宇津木 徳幸:잠시, 여쭐 말이 있어서. 자리를 옮기는 건 어떻습니까, 사적인 이야기인지라.
 
말단 겸사복: 그럼, 안으로 드시지요. 호위청은 우츠기 님 휘하에 있으니 말을 옮길 이는 없사오나.
 
먼저 가란 듯 무리를 보내고, 말단 겸사복은 당신과 함께 호위청 안으로 들어갑니다.
 
말단 겸사복: 하문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宇津木 徳幸:혹시 지난 순찰을 했던 날중에, 내의원 근처를 돌았을 적에 무언가를 본 적이 있으십니까?
 
말단 겸사복: 내의원이라면... ... 몇 시진의 일을 물으시는지 모르겠으나...
 
노리유키, 대인 기능 판정 가능합니다.
 
宇津木 徳幸: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말단 겸사복 닷새 전, 동기 하나가 다리를 다치게 되어 그를 부축해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가 입을 열어요.
 
이것은 당신이 모르는 하지메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 순찰 중, 그 근처에서 폐하를... 하지메 님을 뵈었습니다.
 
그믐 밤, 어두운 시진이라, 어떤 차림인지는 알 수 없었사온데, 다만...
 
조금 머뭇거리는 모양새.
 
그리곤 굉장히 황송하단 얼굴로 말을 잇습니다.
 
스쳐 지나가심에, 비린 철의 향이 났사옵니다.
 
저는 말단이나, 칼과 무기를 다루는 몸. 그것은, 분명. 혈향이었사옵니다.
 
...믿어주시겠습니까. 우츠기 님.
 
宇津木 徳幸:... (숨이, 막힌다. 지독히도 숨이 막혔다. 그 비릿한 혈향이, 그가 극약을 삼키고도 죽지 못했다는 증거 같아서. 당신은, 어째서, 죽고자 하는가, 나에게서 당신마저도 앗아가려 하는가. 한참이고 숨을 멈춘 채 침묵하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단 겸사복: 우츠기 님이 그럴 분이 아니시란 걸 알지만... 이미 어지러운 궁에 이런 말이 돌지 않게... 저희의 비밀로 해주실 수 있으실지요...
 
宇津木 徳幸:네, 당연히. 안 그래도 어지러이 돌아가는 이 상황에서 감히 말을 옮길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께서도 모쪼록. 감사합니다.
 
말단 겸사복: 그럼, 더 하문하실 일이 없으시다면, 순찰을 다녀오겠습니다.
 
宇津木 徳幸:네, 감사합니다.
 
말단 겸사복: 그분은, 아직, 저의 주군이시니까요.
 
그도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당신 앞을 지나쳐갑니다.
 
서산은 그림자에 지며 점차 깜깜합니다.
 
주군이라.
 
어떨까요.
 
이 궁 안에, 그와 같이 생각하는 이가 몇 남았나요.
 
남아있긴 한가요.
 
갈수록 알 수 없는 일 뿐입니다.
 
닷새 전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당신은 생각합니다.
 
이제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세 걸음의 거리를 좁혀야만 합니다.
 
그렇잖아요.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당신 뿐이니까.
 
...
 
찾아온 밤은 달도 구름에 가리어 적막합니다.
 
밤바람은 계절을 막론하고 서늘하여 사람의 살갗을 저며내지요.
 
사람들이 밤에 잠드는 이유는 단지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목숨이 지고 차례차례 나라의 산성이 함락되고 한 달여만에 도성에 적군이 육박하였습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당신의 주군이 무력에 무릎꿇기까지 이 밤이 지나면 단 이틀만 남게 됩니다.
 
어린 하인: 우츠기 님...! 죄송합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잠 못 들어 등을 켠 호위청에 어린 하인이 찾아옵니다.
 
어린 하인: 하츠토리 우미, 님의 명입니다.
 
조정의 중요 문서를 폐기하라는 명입니다.
 
어린 하인: 하츠토리 하지메에 대한 기록을 전부, 파기하라 하십니다.
 
그것이 유리한 것이든, 불리한 것이든.
 
어린 하인: 충심으로 전부 지우라 하셨습니다.
 
宇津木 徳幸:... 네, (아,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대로 물 속에 처박힌 것만 같았다. 서늘한 한기가 폐부 깊숙이까지 몰려와 서리를 만들어낸다. 죽고 싶었다.) 그리, 하겠다 전해주십시오.
 
당신이 그에게 품은 마음은
 
정말 충심 뿐인가요.
 
충심만으로, 당신은 일생을 그의 곁에 남았나요.
 
이제 당신은 당신의 손으로
 
이 세상에서 하지메를 지워야 합니다.
 
노리유키, 지능 판정
 
宇津木 徳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따지자면 이는, 당신의 손으로 해야 할 일은 아닐 겁니다.
 
만약 그랬다 하더라도 당신을 불러내서는 안 될 일이었을 겁니다.
 
하츠토리 우미, 하츠토리 하지메의 생모 되는 이.
 
그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사람.
 
잔인해.
 
잔인하고도 비참합니다.
 
어찌 이 손으로 그를...
 
하지메를 지우라 하시나요.
 
왜 제게, 이런 업을 지우려 하시나요.
 
기울어지는 나라. 속국이 될 이 나라에서 더이상 지워낼 그의 흔적이 존재하긴 하나요.
 
宇津木 徳幸:(그러나, 차라리 다행이다. 다른 이의 손에 맡겼다면, 죄 없는 이를 원망하고 탓하였을테니. 차라리 다행이다. 그러나, 다행인가. 차라리 죽고만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을. 아, 어찌. 당신의 남은 기록은, 기억이라는 사람이 될 것임에, 그것이, 지독히도 괴롭다.)
 
죽음을 찾는 마음으로 걸음합니다.
 
망국이라 해도 궐에는 왕이 있고 군이 있고 환관과 하인들이 남아있습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존의 것들,
 
익숙한 법칙이 언제 깨어질지는 지나치게 명료하나,
 
당신은 서관으로 향합니다.
 
이런 얼음판이었더라면.
 
차라리 이 손으로 부숴줄 걸 그랬어요.
 
궁 바깥의 연등 축제에 대해 물을 때, 같이 가보자 약조할걸.
 
겨울의 설산이 보고 싶다 했을 때, 그깟 서신 대신 가마를 찾아 태울걸.
 
지난 봄엔, 한 번이라도...
 
나란히 꽃비를 맞으러 갈 걸.
 
그의 손은 어떤 온도를 가졌었나요?
 
기억하고 있나요?
 
언제인가요.
 
우리가 손을 맞잡았던 날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 하지메. 저를 용서하시겠습니까.
 
이리 불충한 당신의 고해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면,
 
하츠토리 우미가 서가에 앉아 서책을 정리하고 있어요.
 
宇津木 徳幸:기록을 전부 지우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하츠토리 우미: 그것이 하지메의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어찌하여 당신을 부를 수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의 마지막을 맡길만한 사람이 달리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宇津木 徳幸:... 폐하의 의사, 말입니까. (아, 지금 순간 제 표정이 무너지지는 않았는가 확인해야했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더듬었다가 손을 내린다. 표정은 그저 굳어져 있었다. 삼킨 감정들을 모두 얼린 것처럼.) 어찌, 어찌하여. 어째서. 그분은, 그런.
 
하츠토리 우미:하지메는 그저, 잊히면 될 거라 했습니다. 다른 뜻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미움도, 분노도, 절망도.
그런 사람이었죠. 그저 그곳에 군림하는 사람... 더도 말고 더도 말고, 건강히 있어주길 바랐는데.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宇津木 徳幸:
심리학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수심이 깊은 얼굴이예요.
 
저리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본 적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宇津木 徳幸:그렇죠. 그저, 그곳에 군림하시던. 누구보다 찬란하시던 분. (그저, 나는 그저 당신의 곁에 있고 싶었다. 내가 바란 유일한 욕망은 당신이 살아주는 것이었는데, 당신은 이제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 당신의 온전한 종말을 원하는가. 그럼에도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기록은, 전부 파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분께서, 원하신 대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어디서부터 하츠토리 하지메를 지워내야 할까요.
 
우선 눈앞에 보이는 깜깜한 이 서가부터 입니다.
 
듬성해졌으나 여전히 온통 하지메에 관한 기록들입니다.
 
이것은 사관의 시선에서 바라본 하지메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당신도 알고 있는, 함께 지난 시절.
 
당신은 붓을 들어요.
 
그리고 지워나갑니다.
 
영특■ 황■자 ■■■는 ■월 ■일 ■시에 태어난 ■■■■■■하고 ■■한 용모의 ■■■■■■■.
 
■는 ■■요, 이름자는 ■. ■■■■ ■■■■■ ■■■■■■■■■■■ ■■■■ ■■■
 
■■■■■ ■■■■■■■■
 
호위로는 직접 우츠기 가문의 차남, 노리유키를 택하였다.
 
노리유키, 지능 판정
 
宇津木 徳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마등처럼, 그의 기록을 확인하고, 지워나가는 이 과정이, 마치 벌써부터 그를 죽이고 있는 것 같다. 지독히도 잔인하다. 그의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지워내는, 먹질하고 덧칠해 보이지 않게 되는 추억을 모두 지독히도 건조한 얼굴로 행한다. 그것이 그가 '바란 일'이라는 것 하나만의 이유로.)
 
이것은 기억,
 
잊을 수 없는 순간.
 
어찌 이걸 잊었을까.
 
당신의 손에 수많은 날들이 읽히고 지워지고, 잊혀져,
 
되돌아 온 곳은 그곳이예요.
 
당신,
 
그와의 첫만남을 기억하고 있나요?
 
비가 오는 날이었죠.
 
여느 때와 같던 연구실로 향했던 날.
 
初鳥 創:나는, 신에게, 맡겨진 자. 배반하고 있는 건, 너희야.
 
온전치 않았던 이성과, 흔들리는 말이 떠오릅니다.
 
初鳥 創:어째서 내 주변에서만 참극이 일어나는 거야!!
나는, 나는. 나는 대체 뭐야?! 사실은 괴물인가?!
 
타인의 피를 뒤집어쓴 그에게, 당신은 무어라 말했나요.
 
불안히 떨리는 그 손을 어떻게 해주었나요.
 
宇津木 徳幸:(절대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게는 누구보다 찬란했던 그가, 괴물일리가. 당신은 누구보다 「별」 같던 '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 손을 잡고, 나는 그저. 당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부디, 살아달라고. 이왕이면 웃어달라, 그리 고하며 맹세했다. 영원을.)
 
初鳥 創:너 같은 사람이 계속 곁에 있어 준다면 좋을 텐데...
 
그래요.
 
손을 잡았습니다.
 
우츠기 노리유키, 이성판정
 
宇津木 徳幸: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아는 당신의 옷차림이 다르다는 것.
 
이곳에선 마주한 적 없는 예민하고, 겁에 질린 표정이라는 것.
 
그러나 다행인 건, 나와 당신이 함께라는 것 한 가지.
 
붓끝이 지워내는 글자가 뭉개져 사라집니다.
 
하나하나, 기억에 담는 수밖앤 없나 봐요.
 
그 때,
 
툭-.
 
하츠토리 우미가 책 한 권을 떨어뜨립니다.
 
하츠토리 우미:... 주워주시겠습니까.
 
그것을 바라보는 그녀의 목소리가 어째 떨리고 있습니다.
 
노리유키, 지능 판정
 
宇津木 徳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 보면, 당신이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그녀는 자리를 옮기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봐요.
 
떨어진 책은 오히려 그녀에게 더 가까운데도.
 
기어코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심리학 판정 가능
 
宇津木 徳幸:
심리학
기준치: 65/32/13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바닥에 떨어진 서책에서 눈을 옮기면,
 
시름 그득한 낯을 하고 있는 우미는 가히 두려운 듯도 합니다.
 
이 사람,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하지메의 기록을 파기하려는 데에도, 다른 하인들을 충분히 부를 수 있었을 터인데 굳이 당신을 여기에 부른 데에도 한 뿌리가 되는 까닭이 있을 텝니다.
 
宇津木 徳幸: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으십니까? (손을 뻗어 그대로 책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거리에서, 일어나야만 닿을 거리에서 물음을 건넸다.) 정말 저를 부른 다른 까닭이 없으십니까?
 
하츠토리 우미:믿고 맡길만한 사람을 찾았다는 것은 진실입니다. (책을 향해 손을 뻗다가 곤란한 얼굴을 한다.)
 
대인기능 판정 가능
 
宇津木 徳幸:그렇다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조금만 더 움직이면, 금방 닿을 거리인데요.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츠토리 우미:... 실은, 우츠기 군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리 눈썰미가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宇津木 徳幸:대체 무엇을, 물어보고자 하십니까.
 
하츠토리 우미:최근의 하지메는, 가히 기행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대인 기능 판정 가능
 
宇津木 徳幸: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에 관해 묻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 겁니까.
 
하츠토리 우미:그에 대해 우츠기 군이 알고 있을까 하여.
... 최근 해괴한 꿈을 꾸기도 했구요.
 
宇津木 徳幸:해괴한 꿈이라고 하시면?
 
대인 기능 판정
 
宇津木 徳幸: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츠토리 우미:선뜻 입에 담기 흉흉한 꿈이었습니다.
...... 내가 이곳에서, 하지메를 시해하는 꿈.
하지메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初鳥 創:나를, 죽여주시겠습니까. 부디 그 손으로.
 
하츠토리 우미:몇 번이고 거절하고 아니된다 일렀으나, 몽중에 결국...
제가 그 심장에 검을 꽂았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리 빌었으나...
꺠어보니 진정 꿈이었습니다.
헌데. 깨고 나서 보니 똑똑히 기억나는 것이 있었어요.
피를 토하며 울컥울컥,
 
初鳥 創:이젠, ... 정말로, 노리유키만...
 
하츠토리 우미:하고 흩어지던 목소리를요.
 
宇津木 徳幸:... (어쩐지, 두려웠다. 노리유키만, 이라니. 그 말이, 왜 이리 두려운지. 정말, 그를 죽이기라도 하게 될 것 같지 않던가.) 그런..., 어째서 그분은...
 
하츠토리 우미:마지막으로 입에 올리신 이름이 우츠기 군의 이름이라, 이리 부를 수밖엔 없었어요.
그대에게도 못할 짓을 해버렸습니다.
미안합니다, 우츠기 군.
 
노리유키, 관찰 판정 가능
 
宇津木 徳幸: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우미의 발 아래에, 얼핏 검은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아요.
 
宇津木 徳幸:아닙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발 아래, 저건 뭐지? 잠시 그것이 꼭 핏자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숨을 삼키며 바라봤다.)
 
당신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우미가 허탈한 웃음으로 자리를 비킵니다.
 
하츠토리 우미:이것까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바닥에는…… 굳어 하루쯤 된 핏자국이 선명합니다.
 
혈흔은 어찌 여태 우미가 가렸나 싶을 정도로 선연히 붉고 검은,
 
누가 봐도 치사량만치 흘린 피.
 
하지메의 피입니다.
 
노리유키, 산치 체크
 
宇津木 徳幸: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얼굴 색이, 파리하게 질린 채로 그저 그것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꿈이 아니라 정말로, 당신은, 이걸로 두 번째다. 당신은 두 번이나 이미 죽었단 말인가.)
 
노리유키, 이성-1
 
지능 판정
 
宇津木 徳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初鳥 創:노리유키.
나를, 죽여주지 않겠어?
 
말하던 하지메를 떠올립니다.
 
열흘 전 군사들이 투항하고 여드레 전 나라가 함락당했습니다.
 
적국의 군주가 필히 군신의 맹약을 이행하라 사실상 협박한 날 하지메의 얼굴이 어땠습니까.
 
한데 이레 전부터 외려 화양연화마냥 웃던 하지메는 또 어땠습니까.
 
우미가 불안 역력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하츠토리 우미:오늘, 하지메와 함께 있었다 들었습니다.
아무런 징조도 없던가요.
주군이기 이전에, 나의 아들입니다. 나의, 사람입니다...
나는 그의 어미로 그의 편인걸 알고 있지 않나요.
나의 노파심이라 말해주겠습니까. 그저, 한낱 꿈자리라고 말해주겠습니까.
 
宇津木 徳幸:꿈, 일 겁니다.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는 주제에. 아니, 다른 의미로 다른 것을 확신하는 주제에.) 분명, 꿈이어야만 합니다.
 
화창한 한철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녀의 말은 간절을 넘어 처절한 데가 있습니다.
 
당신 역시 하지메의 한철 혹은 그 이상을 함께 하였지요.
 
순간순간에 어떤 마음이 뒤섞이고
 
어떤 눈길이 혼재하고
 
어떤 언어가 우리의 사이를 정의하였는지는 모르나,
 
같은 시간 속에 있었다는 것만은 명징합니다.
 
하츠토리 우미:... 우선, 알겠습니다.
우츠기 군.
아니, 노리유키.
만약의 상황이 오더라도, 그대는, 하지메의 곁에 있어주겠죠.
 
宇津木 徳幸:언제나 항상, 그분의 곁에 있을 겁니다.
 
하츠토리 우미:그렇다면, 지켜주세요.
당신이 기억하는 하츠토리 하지메를.
 
실낱같은 미소를 남기고, 그녀는 서가를 떠납니다.
 
돌아보면 처소로 향하는 걸음걸음의 무게가 당신에게까지 푹푹 와닿습니다.
 
차라리 무어라도 묻기 위해 하지메의 침전에 들이닥치고 싶을 만큼 의문이야 굴뚝 같지만,
 
그것은 당신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아닐 테죠.
 
우선은 당신도 처소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닷새 전에 내의원에 퍼졌던 극약의 냄새,
 
불과 하루 전 하츠토리 우미가 꾼 악몽과 실제로 남아있는 혈흔……
 
그리고 하지메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
 
죽여달라던 간청.
 
무언가가 벌어지고만 있습니다.
 
그것도 당신에게 아주 잔혹한 방면으로요.
 
눈을 뜨면 새벽입니다.
 
그리 일찍이 잠에 든 것도 아니며 몸이 영 개운치 않은 것이 선잠을 잔 모양입니다.
 
피로는 한데 잠을 청해도 눈이 편히 감기질 않아 결국 일어나 담장 바깥을 나섭니다.
 
어제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던 하지메의 말대로 창공에는 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오늘도 별일 없이 어수선하겠지요.
 
대신들은 여전히 읍소하고
 
궁인들은 수런거리고
 
누군가는 설워하고
 
누군가는 미친 듯 웃고……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
 
이제와 그게 중요할까요.
 
차차 식을 올릴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고작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이 나라의 이름이 지워지고 적국의 땅덩어리로 전락할 날까지.
 
하지메는 적국의 제왕이자 주군에게 절하며 그의 나라를 바치겠노라 직접 말하게 될 것입니다.
 
...
 
어김없이 정리되지 않은 궐 안을 걷다보면 어느새 궁궐 가장 외곽의 외소주간에 가까워집니다.
 
말이 소주방이지 전쟁통에 나랏님이라고 어찌 사치스레 육고기를 자시겠습니까.
 
이곳을 지키며 돼지나 소를 잡는 데 칼 쓰는 일하던 백정은 전쟁 말미에 기어이 궐에서 도망을 치고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 결국 버려둔 헛간처럼 남은 장소일 뿐입니다.
 
아, 닮았네요.
 
기어이 남겨질 당신의 처지와 말이예요.
 
노리유키, 듣기 판정
 
宇津木 徳幸: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한데 안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무슨 일인가!
 
아, 맙소사...
 
......태를 보아, 타..인듯 하온데...... ......을 불러야 할까요?
 
도대체, 말단 학사가, 여기서 ....... 연유가 무엇이지?
 
宇津木 徳幸:(이게 무슨 소리인가,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문을 열면, 훅 끼치는 묵은 비린내와.
 
자살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다면 궁에 살인귀가 있다는 것인가, 해괴하지… 해괴해, 나라가 진정 흉조인가, 애먼 사람까지 죽어나가고…
 
등진 관복 뒤로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떨리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립니다.
 
제 벗입니다! 나으리, 제 벗이란 말입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이 안으로 발걸음해 문을 닫으면,
 
당신의 기척에 늦게 반응하여 돌아본 병졸들이 당신을 보고 급히 허리를 숙입니다.
 
병졸: 우츠기 님...!
 
당신은 그들이 수습하고 있는, 문관의 의복을 입은 채 죽은 시체를 봅니다.
 
구더기가 들끓습니다.
 
宇津木 徳幸: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병졸: 보시다시피… 저희들 역시 지금에서야 발견했습니다... 시체가 며칠 되면 들끓는 냄새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 덕분에 알긴 하였건만… 그 이전에는 냄새가 퍼지지 않아 순시를 도는 이들이 여기까지 살펴보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宇津木 徳幸:보통 이 안쪽까지 살피지는 않으니... (잠시 침음을 삼켰다.) 죽은 문관은 누구입니까, 사인은?
 
병졸: 학사랍니다. 아주 어린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작자도 하지메 님을 보고 궁에 들어온 거겠죠.
자결이라면 차라리 낫겠지만... 머리 뒤를 가격당해 죽어버렸습니다.
... 내의원에 검시를 맡기긴 하겠지만, 하지메 님께선 모르는 게 나으시겠죠.
 
宇津木 徳幸:흉수는 아직 찾지 못했을 것이고... 머리 뒤를 가격당해 죽었다니... (잠시 침묵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러해도 심란하실 분께 괜한 심려를 더해드릴 필요는 없을 겁니다.
 
병졸: ... 아무래도 그렇지요. ... 폐하께서, 자해를 하신다는 험흉한 소문도 돌고 있으니...
 
宇津木 徳幸:그 소문은, 입단속을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괜한 화를 입을 수도 있으니.
 
병졸: 송, 송구하옵니다. 허나, 소문의 근원이 내의원인지라...
 
宇津木 徳幸:(미간을 좁혔다.) 내의원에서... 말입니까...
 
병졸: 꿈에도 자주 나온다고 하덥디다. 그으... 폐하께서요...
예에! 그 내의원 하인들이 알려줬는 걸요. ... 극약을 스스로 마셨다거나... 투구꽃을 구해오라 하셨다거나...
투구꽃이 어디에 쓰이는 지는 아시잖습니까...
 
宇津木 徳幸:...아무래도, 궐이 어지러워 더 그런 험흉한 소문이 도는 모양입니다. 괜한 소문에 영향 받지 마시고 각자 끝까지 일을 다 하십시오.
 
그렇게 병졸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어린 학사가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아옵니다.
 
어린 학사: 우츠기 님... 우츠기 님. 이이는 제 동기이자 친우입니다. 저를 이끌어준 이입니다... 어찌, 어찌, 원인이나마 밝힐 수 있게... 어의 나리께, 말을 전해주세요...
소인들은, 소인들의 죽음은, 그리 큰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러니 분명 잊히고, 사라지고 말 거예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宇津木 徳幸:...네, 말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래요.
 
꼭 이 일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그에게 묻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당신만이 모르는 이야기.
 
당신이 알아야 할 이야기.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당신만의 이야기입니다.
 
宇津木 徳幸:(알고 싶지 않으나,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 그대로 내의원으로 향한다. 핑계는 글쎄, 입단속을 한다는 것일까. 사실은 저도 그 소문에 휘둘려, 이리 물으러 가는 주제에.)
 
그에 대한 이야기는 늘 그랬습니다.
 
당신이 아는 하츠토리 하지메는 늘,
 
다른 사람이 정의내린 그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죠,
 
그는 다정하나, 다정하지 않습니다.
 
자애로우나, 자애롭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만큼은,
 
아아.
 
그래요.
 
극악인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당신은 그를 사랑할 수밖엔 없었어요.
 
그것은 자신의 의사였나요?
 
단지 그가 내민 손길 한 번이.
 
그 목소리로 뱉은 말 한 마디가,
 
그렇게도 큰 의미였나요.
 
宇津木 徳幸:(속절없이 사랑에 빠지는 것에 의사가 어디 있던가. 설령 그것이 내 의사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를 보는 이것만은 온전한 나의 의지이며, 나의 것이라고. 내가 손에 쥔, 유일한.)
 
보답받을 수 없는 마음이란, 얼마나 덧없습니까.
 
얼마나 가련하고 곧 으스러질 것 같은 얼음을 닮았나요.
 
꼭 쥔 주먹 속에서 손톱이 피부를 찔러옵니다.
 
하지메, 나는 이렇게도 당신을 살리기 위해 뛰는데.
 
당신은 내 순간순간을 들여다본 적 있나요.
 
혹은 내내 눈을 감고 싶은 건가요.
 
알 수 없습니다.
 
... 그렇게 내의원입니다.
 
낮임에도 흐려 어둑한 날.
 
종이에 손이 베인 당신을 데리고 그가 찾았던 곳.
 
조금은 더 어렸을 즈음엔,
 
나무에 올라가 책을 읽다 쓸린 피부를 살피고자 들렀던 곳.
 
그래요.
 
변함없이 함께였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요.
 
... 시리도록 홀로인 채, 당신은 걸어나갑니다.
 
지체없이 의원들이 숙식하는 각과 진료 받는 청, 약방을 지나쳐 어의가 머무르는 방으로 향합니다.
 
아직 어린 의원이 당신을 보고서 어의 나으리를 뵈러 오시었냐 묻고는, 장지문을 엽니다.
 
안에는 온통 향과 약재 냄새가 배었습니다.
 
어의: 왔구먼...
 
심리학 판정
 
宇津木 徳幸:
심리학
기준치: 65/32/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씁쓸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어의: 앉겠나. 묻고 싶은 것이 많을 테지.
 
宇津木 徳幸:(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침묵한 채로 바라봤다.) ...네, 그 전에. 금일 문관의 시신이 하나 올 겁니다. 궐 내에 흉수가 있을 수 있으니 자세히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어의: ... 알겠네. 자네는, (퍽 흐린 미소지만, 분명히 스친 표정이었다.) 한결같아.
그분 말씀이 틀리지 않았구만.
 
宇津木 徳幸:...그분이라고 하시면... 무슨 말씀을 말하시는 겁니까? (잠시 침묵하더니 한숨을 삼켜냈다.) 제가 방문한 이유를, 이미 알고 계십니까?
 
어의:하지메, 님. 하지메 님께서 말씀하셨다네.
 
初鳥 創:노리유키는, 다정하니까. 그 아이에게는 상처주고 싶지 않아.
 
어의:하고. 아주 마음 깊이 우러나는 말로 전하셨지.
나는, 우츠기 군을 조금 다르게 보고 있었는데도. 이제 와서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지금 쯤이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챘을 거라고 생각했다네.
 
宇津木 徳幸:...네, 그리고 그게, 그분과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도. (잠시 침묵했다.) 폐하께서, 얼마 전에 이곳에 방문하셔서, 약을 드신 것이 사실입니까?
 
어의:대답하자면, 알지 못한다는 쪽이겠지. 정확히는...
 
노리유키, 대인 기능 판정
 
宇津木 徳幸: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어의:폐하가 다녀가시는 꿈은, 꾸었네.
그리 오랜 대화를 나누진 않았어. 그저... 흉조 중 하나라 생각했네.
그러나... 우미 님과 대화에서 알 수 있었지.
우리는 같은 꿈을 꾸었고
이것이 지독한 저주일지도 모른다고.
폐하가 내게 죽여달라 간청하시도... 감히 나는 아니된다 읍소했네.
 
어의:그리고... 원하시는 대로, 극약을 달여 바쳤어.
그리고, 이게 그것이야.
 
어의는 다다미 한 장을 들춰 뒤집어 보입니다.
 
자리하는 것은,
 
가히 치사량을 토해낸 핏자국.
 
하지메의 것이, 이곳에 또 있었습니다.
 
宇津木 徳幸:(아, 아찔하게 현기증이 인다. 숨이 막혔다. 당신은, 정말로, 정말로... 애써 부정한 것이. 눈앞에 다가옴에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어째서, 그분께서는... 대체, 왜, 어떻게...
 
어의: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도처에 깔리지 않았나.
삿된 기운이 도처에 깔린 것도, 학사의 죽음도.
그분께서, 이유 없이 행하시는 일은 없지 않나.
참. 그러고 보면 이상한 점이 있네.
학사들이라면 지금도 대전을 향해 투항하지 말자는 상소를 올리느라 궁 내에서 가장 바쁠 터인데, 말단이라 해도 어째서 다른 문관들이 그가 없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가...에 대한 것.
... 조금 이상하단 점 정도로 흘려들어주게.
 
목소리를 낮게 깔고 느릿느릿 말하는 어의의 표정은 내내 침울합니다.
 
어의:자네도 알겠지.
 
허망한 음성이 내려놓아집니다.
 
어의:나의 군주이기 이전에 내내 보살폈던 사람, 내 사람 한 사람이었어.
보잘 것 없는 생을 전부 그에게 바치며 깨달았네, 보잘 것 없던 것이 아니라 나의 한철 역시 화양연화였노라고.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감히 생각하고 있다네.
... 폐하를, 부탁하네.
 
宇津木 徳幸:(멍하니 그저, 그를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여지는 고개의 무게가 오늘따라 지독히도 무거웠다.) 당연히, 그는, 제 주군인 것을요.
 
初鳥 創:나를, 죽여주지 않겠어?
 
미치광이처럼, 혹은 목단처럼 웃던 하지메가 알까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노리유키, 당신의 선택입니다.
 
宇津木 徳幸:(그가 있는 곳으로, 그의 입으로, 이 모든 비극을 확인받기 위해서.)
 
당신은 그에게로 향합니다.
 
모든 종언이 향하는 곳.
 
모든 시작이 비롯되었던 곳.
 
아, 이번에도 당신은 다만 대답하지 않을 셈인가요.
 
걸음이 무겁습니다.
 
터벅.
 
어떤 소리가 있습니다,
 
확신할 수 있는.
 
곁에 어떤 식으로든 있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
 
누구의 것인지 알 수밖에 없는 발소리가 있습니다.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멈출 수밖에 없어요.
 
그야.
 
初鳥 創:노리유키.
 
당신이 거기에 서있는걸.
 
아, 해는 지고 붉게 피 흘리는 하늘.
 
구름 새로 비치는 등진 태양빛이 강렬하여 하지메,
 
당신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주 잠깐 역광에 눈만 부십니다.
 
初鳥 創: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걸까.
 
宇津木 徳幸:왜, 어째서, 당신은... 이리 잔혹하게 구십니까. (표정이 흐트러진다. 그대로 그를 바라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어째서, 연유라도 물을 수 없나요.
 
初鳥 創:(마주하는 표정이 네게 어찌 보일지는 내겐 알 수 없는 것. 그래.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네게 어떤 변명을 하건. 받아들여질 수 없을 걸 알고 있다. 그럼에 내가 단지 할 수 있는 건, 눈썹을 조금 찡그린 채. 네게 다가간다. 연못에 떠오른 파문처럼 잔잔하게 웃음지으며. 다만 목단같은 낯으로.)
연유라. 궁금한 건 그것일까.
적당한 연유라면, 내가 죽어야 하기 때문이고,
이기적인 이유를 덧대자면, ...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야.
노리유키.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다만 너였으면 했단다.
 
宇津木 徳幸:(당신은, 왜, 왜 이리 나에게 잔인하지?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비통함에, 속절없이 무너져 그대로 무너지고 싶었다. 목단 같은 낯은 흔들림이 없다. 그저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내리꽂히는 목소리가, 죽을 것 같아.) 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을. (아, 아아, 차라리 제가 죽어야하는 인간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 몸을 찌를 수 있을 텐데.) 당신의 말은, 마치 비수 같네요. 당신의 한마디, 한마디에 그대로 죽어버릴 것만 같아. 왜 이리 제게 잔인하십니까, 어찌하여, 저는 이제 남은 게 당신뿐인데, 그것마저 앗아가려 하십니까...
 
初鳥 創:노리유키. 생각해보련. 나는 아주 오래, 국왕이 되기 위해 길러졌어. 나와 유년기를, 함께해주었던 너라면 모를 리가 없을 거야. 글을 쓰고 그림을 익히고 글자를 조합해 난문같은 정치를. 한 치도 밀릴 수 없는 경제를. 그리고 내 한 몸으로, 만백성이 믿고 살아갈 수 있는 국왕이. 그렇게, 이승에 강림할 수 있는, 구세주 같은 군주를. 꿈꾸고 다만 바라며 생을 이어왔어.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사랑일테니.
그러나, 이젠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니.
나라도, 권위도, 미래도. 그리고 네가 사랑한, 「별」 같은 나도.
빛나지 않는 별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러니 다만 네게 나의 구원을 바라는 거야. 종언에 이르는 마지막 손길을.
 
宇津木 徳幸:그게, 당신의 구원인가요. (울듯이 일그러진 얼굴, 떨리는 목소리로, 아, 나는 이제서야 가장 솔직해진다. 죽음으로 구원을 바라는 당신에게, 내 스스로 그의 삶을 지워내고 올 때부터 이 순간이란 예정되어 있었단 말인가. 그럼에도.)
당신은, 당신은... 사람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당신은, 빛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누구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의 별 같은 사람. 누구보다 잔인하고, 또 잔혹한, 내 삶의 주인. 저는 그저, 당신이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당신은, 왜, 나를 봐주지 않는가. 나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그것이 서러워, 뺨을 타고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이 바라는 것이 정녕, 제가 당신을 죽이는, 일입니까?
 
初鳥 創:그렇다고 한다면, ... 내가 나를 죽여주는 것만이 나를 위한 일이라고 한다면.
(소리 죽인 발걸음으로 다가가 뺨을 감싸준다.)
나를 죽여줄 수 있을까.
(다정한 이를 함락시키는 건, 무심한 것. 무심한 이를 함락시키는 건, 치사량의 다정. 우리는 서로의 역린일지어니. 다만 나는 네게 물을 뿐이다. 너의 의사를.)
 
宇津木 徳幸:(뺨에 닿는 체온이 비참하다. 그저 비참했다. 아, 하늘도 무심하지. 어찌 비가 내리지 않아 이 추한 얼굴을 그대로 보이게 한단 말인가. 그러나 꼭 비가 내리는 것처럼, 거듭 뜨거운 빗물이 속에 담아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혀둔 감정을 녹여낸다. 그대로 강이 되어 흐른다, 범람한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당신이 죽어야만 하는 건가요. 어째서, 당신은.
(당신은 지독한 독이다. 당신은 지독한 저주 같아서, 아, 아득한 나의 별이여. 그대의 빛에 눈이 멀었나이다.)
그렇다면, 정녕 당신이 바라는 게 그것이라고 한다면. 함께하게 해주세요. 당신의 곁을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내가 당신의 끝에도 이후가 있다면, 그 순간마저 지킬 수 있도록.
 
初鳥 創:노리유키. (감싼 손을 가만 두었다가 손가락으로 조심히 뺨을 쓸어준다. 아주 고운 비단을 만지듯. 아직 가마에 들어가기 전인 도자기를 만지듯. 그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연약한 존재를 만지듯한다. 그러면서도 웃음지을 수밖엔 없어. 너는 이런 내가 미울까.)
그러나 나는 죽어도 죽는 게 아닐지니.
너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아도 좋아. 부디 그래주겠니.
감히 나를 믿을 수 없다면, 그럼에도 나를 잃을까 무섭다면,
나의 흔적을 밟아 네가 나를 찾아와주지 않을래.
... 내일 인시에, 기다리고 있을테니. 우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후원에서.
 
宇津木 徳幸:... (한참을 침묵을 지켰다. 아아,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사랑스럽다. 너무나도 당신을 사랑한다. 이 말들의 의미를 어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는데, 그저 모르는 척 함께 죽어달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데, 당신이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 당신이 원한다면, 기꺼이. (아아, 죽을 것 같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 당신을 잃는다면 나는 어찌 살아야하는가.) 한 번만, 안아보아도 되겠습니까?
 
初鳥 創:(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다.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혹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그러나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팔자로 휘어진 눈썹. 호선을 그리는 눈매. 부드럽게 말린 입매가 너를 향한다. 오늘 입은 옷은 네가 내게 선물했던 기모노. 피흘리며 불타듯 저무는 하늘빛을 닮은 옷. 머리카락은 꽂힌 것은, 도성 바깥에서 네가 골라온 머리 장식. 부슬부슬하게 내려뜨린 머리카락은, 네가 자주 빗어주곤 했던 것. 그러나 요즘은 네가 없어서. 평소보다 조금 엉키고 꼬인... 단정하지 못한 모양새. 소매가 넓은 기모노의 자락을 가지런히 펼친다. 하얀 얼굴이 노을에 물들어간다.)
이것이 네게 잠시나마 안정이 된다면, 기꺼이 내어줄게.
이리 오련. 다정한 아이야.
 
宇津木 徳幸:당신은 정말로 잔인한 사람입니다... (그대로 당신을 끌어안고 손끝으로 살살 머리카락을 쓸어낸다. 전부 제 흔적이 가득한 그 모습이 오히려 서글프기 그지없다.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선택 같은 건 당신에게 없는 것 같아서. 절망적인 기분을 당신을 안은 채, 그 몸을 단단히 품에 가둬냈다.)
하지메, 하지메... 그럼에도 저는 당신을 죽이게 되겠죠. 그게 더없는 절망입니다. 비탄입니다, (네, 사랑입니다. 마지막 말을 삼켜내며 그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고운 천자락이 그대로 뜨거운 빗줄기에 젖어든다.)
 
初鳥 創:그게 나를 위한 일일테니까. 그리고 너밖엔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서서히 올라가는 두 손. 험한 일이라곤 네가 있는 자리에서 잡았던 샤미센을 키는 일이었을 뿐인 옥수. 조심히 뒷통수를 쓰담다가, 이내 네 몸을 온전히 꺼얀는다. 조금 모자란 높이 탓에, 오롯이 너를 받아안는 모양새가 되어버려. 그러네. 나보다 늘 어렸던 너인데. 너의 다정함에 가려졌던 시간이 한꺼번에 범람해 쏟아져내린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그럼에도 네 손이니까.
나를 지지하고 영원처럼 나를 안아주었던 손이니까.
모든 일이 끝나면 다시 봄을 맞으러 가지 않을래.
... 노리유키의 손은 차가우니까.
 
初鳥 創:놓치지 않게 잡고 있도록 하자. 잃어버리지 않도록.
 
宇津木 徳幸:언제나 항상, 당신을 위한 일이라고 한다면 저는 할 수밖에 없겠죠.
(그게 나의, 이 어리석은 사랑인걸. 품에 닿는 온기는 지독히도 사랑스럽고 아프기만 했다. 멈추어버린 것 같은 당신의 시간은, 어느새 이렇게나 흘렀다. 이 순간에도 눈물은, 비는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내렸다.)
당신이 잡아주신다면, 기꺼이. 지난 계절이 된다면 기꺼이, 당신의 손을 잡게 해주세요. 부디... 제가 당신의 옆에서 걸을 수 있게.
 
初鳥 創:그럼, 그렇게 하자. 약속할까.
내가, 언제든지 잊지 않도록. 그리하여...
(품에서 조금 떼어내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준다. 미간이 조금 일그러진다.)
너를, 다시 아프게 하지 않도록.
 
宇津木 徳幸:약속, 지켜주세요. 부디.
(간절히 기도하듯 내뱉는다. 눈물을 훔쳐가는 체온은 이제 서늘함에 가까웠다. 울음에, 열이 올라 녹아버려.)
제가, 계속... 당신의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세요.
 
初鳥 創:(너를 어찌해야 할까. 그럼에도 미소짓는 건. 이것이 다만 네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리유키.
기억해주겠니.
네가 삼키기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좋아.
 
宇津木 徳幸:그럼에도, 이것은 사랑입니다.
(아무리 아프다고 한들, 당신이 준 것이기에. 본래 사랑이란 아프기만 했던 것이기에, 이것은 결국 사랑이다.)
네, 부디 모두,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길.
 
初鳥 創:나의 세상은, 본디 네 손 안에서 만들어졌으니.
부디. 이번에도 ■■ ■■이, 함께하길.
 
그리곤 서서히 당신의 품에서 벗어나,
 
처소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높이 묶은 머리.
 
찰랑거리는 분홍빛 머리카락.
 
서녘 하늘에 녹아드는 옷자락.
 
아아, 당신의 사랑은 미치도록 옅은 색채를 가졌습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이.
 
손 뻗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것 같이.
 
그렇게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이제, 당신은 어디로 향하나요.
 
宇津木 徳幸:(우선 아까 들은 것을 병졸에게 전하러 가자. 그러나 아, 왜 이리 내 감정은 처참히 무너져 있는가.)
 
외소줏간으로 향합니다.
 
여전히 사람의 왕래는 적고,
 
그 때의 병졸만이 그곳에 서있습니다.
 
宇津木 徳幸:안녕하십니까.
 
병졸: 우츠기 님...!
 
宇津木 徳幸:조사는 어찌 진행되고 있습니까?
 
병졸: 그게, (목소리를 낮추고 다가와서) 뒷통수를 가격한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宇津木 徳幸:흉기, 말입니까... 그러고보니, 내의원에 들렀을 때 어의께서 그리 말씀하시더군요. 가장 바빴을 문관이 아무리 말단이라고 한들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는가...에 대하여 말입니다. 저도 이 점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전하러 왔습니다.
 
병졸: ... 그것도... 그러네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식음을 전폐하고도 읍소하고 있으니까요.
 
... 참, 우츠기 님.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궐 내에 삿된 기운이 퍼지는 것 같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宇津木 徳幸:삿된 기운 말입니까? 그건 대체 어떤 소문인지 모르겠군요. (어찌 이리 무지한지. 탄식이 흘렀다. 아, 나는 당신을 죽이기 전날까지도 이렇게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병졸: 그야... 소문일 뿐이지만요. 궁은 원래 발 없는 말이 달리는 곳이잖습니까. 아랫것들의 반찬은 그런 가담항설들이구요.
아무래도, 하지메 님이 꿈에 나온다거나, ...하는 일들이 일어나니, 있을 수 없는 일들에 붙인 명분들이겠죠...
 
宇津木 徳幸:항상 그렇죠. 하지만 소문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궁에서 소문이라는 것은, 가장 위험한 것이니. 그것을 옮기다 세 치 혀가 잘려나간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병졸: 그야 그렇지요... (입을 닫았다가) 허나, 우츠기 님. 부디 밤엔 통행에 주의해주십시오.
... 이제, 하지메 님껜, 우츠기 님 뿐이니까요...
 
宇津木 徳幸:...네, 당연히. (아, 이 얼마나 잔인한가. 이들은 나를 믿고 있는데. 나는 이들의 믿음을 배반하고 기어이 그를 죽이려 한다는 것이. 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감사합니다, 그분을 걱정해주셔서.
 
병졸: 어려운 말을 잘 알지는 못하나, 화양연화...라는 단어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메 님은... 저희 아랫것들에게도 화양연화를 열어주신 분이니까요...
 
宇津木 徳幸:그렇죠... 그분께서는... 모두를 굽어 살피고자 하셨으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병졸: 그럼, ... 잘 부탁드립니다. 우츠기 님.
 
宇津木 徳幸:(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처소로 돌아가야하나, 잠은 오지 않을 것 같음에도. 당신과 내일을 기약했음에.)
 
노리유키, 아이디어 판정
 
宇津木 徳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처소로 걷습니다.
 
느리고 무거운 걸음.
 
그리고 곱씹어요.
 
흔적을 밟아 그를 따라가는 것.
 
흔적이라는 말에 여태 이어지던 모든 말들과 본 모든 것들을 생각합니다.
 
죽은 학사와, 죽여달라 간청하던 주군.
 
연달아 그를 죽이는 꿈을 꿨다던 두 사람.
 
그의 한철을 함께한 당신...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하츠토리 우미가 당신을 고의로 불러내어 보여주었던 핏자국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宇津木 徳幸:(서가...)
 
하지메는 등을 돌려 떠났고,
 
하늘을 올려보면 흐린 구름 사이로 새까맣게 불탄 듯 재 같은 별무리만이 흩뿌려졌습니다.
 
언젠가는 아름답다 생각했던 듯도 한데 이상하지요.
 
끝내 패배한 망국의 하늘이란 이런 식으로밖에 묘사할 수 없는 걸까요.
 
당신이 갈 곳은 하나뿐입니다.
 
그러나 하지메가 갈 길도 하나뿐일까요.
 
하여 우리 여로는 끝내 어드메로 이어집니까.
 
당신은 서고로 향합니다.
 
이미 밤이 깊어 궐 안 지리에 눈이 익지 않았다면 헤매기가 십상일 시각이예요.
 
하지메에 대한 무언가를 처분해버리고자 하는 하츠토리 우미가 있던 어제와 달리 등불이 아무 데도 켜져있지 않아 책을 살피기에 난감할 것 같습니다.
 
처소로 돌아가 초롱이라도 들고 오는 것이 좋을까요.
 
그때입니다.
 
???: 나으리...?
 
누군가 사박이는 발자국으로 다가옵니다.
 
등불에 그의 옷자락이 비치는데, 복장을 보니 학사입니다.
 
학사: 예서 무어하십니까? 밤이 깊었습니다.
 
의아하게 묻는 목소리예요.
 
宇津木 徳幸:살펴보고, 싶은 것이 있어 그렇습니다.
 
학사: 서가를 살피려면 등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하며 그가 든 초롱불을 건넵니다.
 
어쩐지 웃음기 담긴 목소리…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며 등불에 일렁이며 비치는 낯을 봅니다.
 
노리유키, 알아보겠나요?
 
관찰 판정
 
宇津木 徳幸: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달갑지 않게 그 얼굴을 맴돕니다.
 
학사: 그럼! 소인은 물러가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꾸벅 여상히 인사하고 사라지는 뒷모습.
 
착각처럼 피어오르는 불안을 누르고 그가 건넨 초롱을 듭니다.
 
어쨌든 이걸로 서고 안의 서책을 살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서고의 바닥, 늘어선 책장, 탁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宇津木 徳幸:(초롱을 들고, 우선적으로 서고의 바닥을 살펴본다.)
 
먼지 한 번 그득합니다.
 
궁인들이 더이상 쓸고 닦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나마 남아있는 발자국은 상소를 올리는 학사들의 것일까요,
 
어제 이곳에 있던 하츠토리 우미의 것일까요.
 
어제 그녀가 있던 자리를 살펴보자면 핏자국은 검게, 아주 검게 변색되어 없어지지 않는 흉처럼 남아있습니다.
 
정신력 판정
 
宇津木 徳幸: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얼핏 하지메가 칼에 맞아 주저앉고 토혈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고개를 흔들어 떨쳐냅니다.
 
장면 속의 하지메는
 
 
 
있습니까,
 
웃고, 있습니까?
 
하츠토리 우미가 그렇게 말했어요.
 
분명, 하지메가 남긴 말은,
 
初鳥 創:이제, 노리유키만...
이제... 노리유키만...
 
宇津木 徳幸:(아, 지독히도, 숨이 막히는 순간이다. 하지메, 당신은 당신은, 그러길 원치 않았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 겁니다. 도저히 당신이 없는 앞날을 생각치 못하기에.)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요.
 
아아, 당신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홀로 얼마나 고통스러웠나.
 
몸을 꿰뚫고 지나간 장검의 한기가.
 
내가 없는 곳에서 터져나온 당신의 선혈이.
 
내가 안아주지 못한 당신의 몸이...
 
손 뻗어봐도 이미 지나버린 일임에 그저 원통스러워요.
 
노리유키, 다음으로 눈 닿는 곳은 어디인가요.
 
宇津木 徳幸:(늘어선 책장을 확인한다.)
 
빼곡히 늘어선 서가입니다.
 
그러나 꽂힌 서책은 정작 듬성듬성합니다.
 
아예 몇 칸은 완전히 비어있기도 합니다.
 
노리유키, 자료조사 판정
 
宇津木 徳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마 하츠토리 우미가 전부 치운 것일 테죠.
 
하지메의 약점이 될 것.
 
하지메가 남기고 싶었던 것.
 
하지메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기록이.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전부 사라져버린 곳.
 
남아있는 것은 그나마 고대의 책들뿐입니다.
 
그것도 궐에 관하여 기록한 것은 전부 없고,
 
남은 것을 펼쳐보면 나라에 있던,
 
지식으로 밝혀낼 수 없는 현상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정도군요.
 
몇 장은 심지어 뜯겨있기까지 합니다.
 
읽는다면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宇津木 徳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떤 그림과 함께 드문드문 지워진 기록이 있습니다.
 
기록은 아이들 잠자리 머리맡에서나 읽힐 건국 설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몇 천 년 전 화려한 문명을 자랑하며 강력한 지성과 힘을 가졌던 삿된 뱀을 닮은 종족을 물리치고 그 자리에 왕국을 세웠다는.
 
뱀과 같은 머리와 비늘, 꼬리에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괴상한,
 
날카롭고 긴 손발톱을 가진 그림……
 
노리유키, 산치 체크
 
宇津木 徳幸: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종족이 실재하기라도 했던 걸까요?
 
책을 덮을 때, 행운 판정
 
宇津木 徳幸:
기준치: 30/15/6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 사이에 끼워진 파지 한 장을 찾아냅니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종이.
 
그리고 적힌 것은,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하는 삿되고 사악한 주술.
 
죽음으로써 시간을 되돌리거나 있던 일을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거나 하는……
 
그러나 반드시 생명이라는 대가가 필요한.
 
宇津木 徳幸:... ... (한참이고 종이를 응시했다. 죽음, 그리고 기이할 정도로 밝던, 웃던 얼굴은 아, 아아, 당신은 알고 있었는가. 속절없이 무너진다. 당신은, 당신은.) 왜, 이리 제게 잔인하십니까.
 
그는 이 주문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점점, 기워지듯...
 
맞춰져 갑니다.
 
宇津木 徳幸:(아, 어쩜 이토록 비참한지. 그러나 멈출 수 없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저 당신이 살아주길 바라는데. 그러지 못한다면 함께 죽자고. ... 탁상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것저것 정리된 서류들이 그득했을 탁상도 먼지만 앉았습니다.
 
탁상 아래 수납함에 둘둘 말린 두루마리와 파지들.
 
날짜가 지난 상소와 사관의 기록 중 걸러낸 부분들…
 
그리고...
 
노리유키. 관찰이예요.
 
宇津木 徳幸: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사이로 멀쩡한 서간을 발견합니다.
 
...
 
아, 이 서체는...
 
못 알아볼 수 없는 글씨.
 
가늘고 바른 세필로 적힌 한 자 한 자.
 
당신에 대한, 하지메의 서신입니다.
 
宇津木 徳幸:(읽어, 본다...)
 
「너라면 나의 기억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이로 누구를 골랐을까.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누구를 골라주었을까.
 
다행과 불행 중 택하라면 다행을 고르는 것이 인간이요,
 
승과 패 중 고르라면 승에 손을 뻗는 것이 사람일진대
 
노리유키.
 
나는 저물어가는 별이라, 네게 이리 매정하네.
 
몇 번만 더 고통하면...
 
너와 함께,
 
봄을 맞을 수 있을까...」
 
宇津木 徳幸:... 당신은, 모르는 건가요. 아니면, 알면서도 이리 매정한 건가요. 함께, 함께... 저 주문대로라면, 함께할 수 없는데...
 
당신은 알고 있어요.
 
行不無得
 
다시 말해 아무것도 하지도 치르지도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지키고 싶은 것을 확실히 할까요, 노리유키.
 
이것도 저것도 사랑해버리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어지고 말테니까.
 
宇津木 徳幸:...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언제까지고 항상... (당신입니다. 내일, 다시 이 말을 전하자. 그 뒤에도 당신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땐, 다시 처음으로. 당신과 함께.)
 
서고 바깥으로 나오면 검고 흐린 밤이 물밀듯 들이닥칩니다.
 
당신의 눈동자를 닮았네요.
 
멀리서 들리는 축시가 끝나고 인시가 시작됨을 알리는 종지기의 종소리.
 
잠 못 이루는 이가 당신과 하지메만이 아니어 다행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
 
기다리고 있겠다 하였습니다.
 
당신과 이 나라의 마지막 군주가 당신에게.
 
갈까요.
 
이제,
 
하지메를 마주해야 할 때입니다.
 
걸어갑니다.
 
노리유키. 울고 있나요.
 
혹은, 텅 빈 눈을 뜨고 있나요.
 
까만 새벽 아래에도 우거진 꽃나무와 잘 정리된 정자,
 
아름다운 못을 파고 그 가운데 섬을 만들었지요.
 
그럼, 하지메. 당신은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물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저 흙내음과 풀의 싱그러움.
 
비단신을 벗은 하지메의 맨발이 초록 위를 딛고
 
당신을 향한 빨간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빛났던.
 
한때 영롱한 비늘을 자랑하는 잉어들이 연꽃 그득히 핀 못을 노닐었으나
 
철이 바뀜에 백련 홍련 다 지고 물빛은 탁하여 물고기 지느러미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철이 바뀜 뿐입니까,
 
국가의 이름이 바뀌기까지 이제 꼭 하루 남았네요.
 
初鳥 創:노리유키, 나를 죽여주지 않겠어?
아직도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니.
 
간절한 음성은 철 바뀌는 바람소리처럼 들립니다,
 
서러운 필연처럼 들립니다.
 
끝내 빗줄기가 뚝, 떨어집니다.
 
그날. 죽여달라 처음 청한 그날 섰던 못 위의 구름다리 위 하지메의 등이 섰습니다.
 
적요한 새벽 속에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생각했건만 일순간 그가 돌아섭니다.
 
그는,
 
웃고 있어요.
 
금이 간 사기처럼 위태로이 웃고 있습니다.
 
그의 손에 오래도록 쥔 검이 들려 있습니다.
 
나는 압니다.
 
저 날 벼린 검이 왕가에 내려오는 것이며,
 
... 언젠가 내게 하사하겠노라.
 
初鳥 創:노리유키,
 
그 손으로.
 
初鳥 創:알아주겠니. 잊지 마렴.
 
나만을 향한.
 
初鳥 創:너는, 내가 선택한,
나만의 구원이니. 언젠가 돌려줄게.
 
사랑.
 
初鳥 創:너의 마음을.
 
나에게 내리리라 약조했던 감정입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엽니다.
 
내가 사랑한 목소리.
 
내가 사랑한, 당신의 시간이 흘러옵니다.
 
初鳥 創:화양연화를, 생각했어. 나의... 그리고 이 나라의.
 
하츠토리 우미는 말했어요.
 
어의도 말했습니다.
 
병졸도 겸사복도.
 
그들 모두가 이 나라의,
 
어떤 이의,
 
자신의 화양연화를 겪었다고.
 
모두에게
 
우리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만을 사랑한
 
나에게.
 
찬란한 계절이 한때 있었습니다,
 
나 역시도.
 
그 시절 당신과 함께하였습니다.
 
初鳥 創: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야.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어도 하늘은 희한하게 파랗게 밝아오는 것이 여우비인 모양입니다.
 
허공에 지는 별빛이 재처럼 부서집니다.
 
아아,
 
아침이 밝아버려.
 
조금 있으면 해가 뜨겠지요.
 
이 나라의 연호로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의 태양입니다.
 
이 나라의 마지막 왕을 두고, 그의 마지막의 마지막 청에 대하여.
 
初鳥 創:노리유키.
 
대답을 내릴 순간입니다.
 
대답해주세요.
 
당신의 의사를
 
당신의 사랑을
 
나의,
 
나만이 내릴 수 있는
 
종언의 맹세.
 
당신을 모든 것을요.
 
宇津木 徳幸:(아, 어쩜. 죽여달라니, 저 말은 여러번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더없이 잔인하다. 나라와 당신,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내게는 언제나 당신 하나뿐이었다. 아, 이 밤의 당신은, 여전히 덧없이 찬란하다. 더없이 아름다우며, 무엇보다 서늘하다. 비가 멈추지 않아. 이대로는 녹아내리고 만다. 당신은 이 순간까지도, 더없이 잔인하고 자애롭다. 그러나,)
하지메.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끝에 와서야 비로소 옛날처럼 다시 그의 이름을 부른다.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거짓이 아니나, 그것이 당신의 삶을 딛고 이루어진 거짓 낙원이라면 나는 그런 구원 따위 필요 없다고.)
당신의 죽음은, 그게 끝입니다. 당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아, 그래요. 이것은 피를 토하는 절규입니다.)
그러니, 죽지말아주세요. 제발, 날 두고 혼자 떠나버릴 거라면, 가지 마. 나는 당신 밖에 남지 않았어요. 내 삶의 꽃도, 별도, 봄날도 모두 당신인데, 당신이 죽어버리면, 나는, 도저히 살 수 없어요.
 
宇津木 徳幸:(아아, 신이시여. 감히 품어서는 안 되는, 감히 제 삶의 주인을 이 마음에 품었나이다. 그러나 바라옵건데, 정녕 기적이라는 게 있다면, 제게서 그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가버릴 거라면, 곁을 지키게 해주세요. 그 가는 길의 끝까지. 제가 함께 걷게 해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하지메...
(당신에게서 그저, 자비를 구걸하는 한 없이 낮은 백성이 된 것처럼 고개를 조아리고 흐느낀다. 방울져, 숨죽인 신음이 흘러나간다.) 사랑해요, 사랑해. 제발, 날, 더는, 죽이지 말아주세요......
 
그것이 당신의 뜻인가요.
 
이 세상이 무너져내린다고 해도.
 
이 사랑이, 우리가 이뤄온 모든 것을
 
산산히 부순다 해도.
 
宇津木 徳幸:(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택할 터였다.)
 
비가 내리는 후원은 그저 옅게 젖어가고,
 
당신.
 
우츠기 노리유키.
 
잊은 것은 없나요.
 
안아주실 수 없겠습니까,
 
물었었죠.
 
하지메가 그저 젖어가고 있어요.
 
그러니 부디.
 
이번엔 품을 내어주도록 할까요.
 
범람하는 이 감정을,
 
쏟아낼까요.
 
宇津木 徳幸:(조용히 그를 끌어안는다.)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해, 영원히 당신만을. 처음부터, 그 순간부터 줄곧 당신을 사랑했어요. 하지메, 하지메, 제발. 살아주시면 안 되나요.
 
初鳥 創:(얼어붙듯한 시간 속에서,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알지 못했던 너의 수심. 살을 에는 칼바람처럼 속으로 얼마나 삼켜내었던 것들이 내게 닿아와서. 아. 그래. 너는 본디 이렇게 시원하고, 하늘하늘한. 그런 존재였지. 무력하게 안긴 채 입술을 달싹였다. 어찌 답하면 좋을까. 이건,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결론은 아닐 테지.)
노리유키.
오늘이 지나면 나는, 더이상 네게 길을 알려줄 수 없을지도 몰라.
밤이 개어 가고, 하늘이 푸르게 밝아오면, 사람들에게 별의 존재란, 그저. 먼지 같이 흐려질 뿐이니까.
그럼에도 되도록 웃고, 가능한 한, 너와 같은 숨을 내쉰다면.
네가 조금이나마. 덜 외로워질까.
 
宇津木 徳幸:당신만 곁에 있어준다면, 저는 항상 그걸로 족합니다. 당신이 빛이 나지 않아도, 이미 눈이 먼 저는, 당신이 더 없이 찬란하게만 보여서. 당신은 별 같은 사람입니다. 동시에, 네, 사람이네요.
 
죽일 수 있을리가 없어요.
 
당신은, 내가 살아온 이유이자 목적.
 
삶이 다할 때까지 피워내는 하얀 꽃잎들이
 
이렇게나마 당신에게 닿기를 염원해요.
 
화양연화라는 말을 알고 있나요, 하지메.
 
앞으로도. 이 순간을 넘어서도 이어질 우리의 날이,
 
당신이 있는 이 세상이.
 
나에게는 화양연화야.
 
죽어간 목숨도 불탄 땅도 두 번 살아난 당신도 헛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패배하여 재앙입니다,
 
그러나 삶이 거기서 끝은 아니지 않나요.
 
다음 생을 꿈꾸기 위해서는 이번 생을 전부 앓아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이번 생은 지난 생의 간곡한 꿈이었을 것입니다.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살아갈 뿐입니다.
 
되도록이면 웃으면서요.
 
살아갈 날들 중에서 가장 푸르게 젊은 날.
 
결국 무너지는 당신께 나 이제 고합니다,
 
END 2. 부디, 살아가소서.
 
그리고...
 
눈을 뜹니다.
 
눈앞에 흩어진 자료들.
 
깜박.
 
시야를 가다듬으면.
 
아, 잠깐.
 
아주 잠깐 잠이 들었나요.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나는 당신을 쫓고,
 
당신은 내게 웃어주었으며,
 
마지막에선 내가,
 
이 손으로 당신을 안았던.
 
그런, 평온한 꿈.
 
그럼, 노리유키.
 
갈까요.
 
당신의 하지메를 만나러요.
 
역시, 코코아라도 타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ND ??.  평온한 꿈의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