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토리는 하얀 장미가 가득한 침대 위에 있고, 한쪽으로는 의자와 책상이, 작은 책장도 보이네요.
화장실로 가는 문과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
::조사 포인트 : 침대, 책상, 책장, 화장실로 가는 문, 밖으로 통하는 문
하츠토리 하지메:눈을 감고 뜨는 것, 그리고 그저 호흡해 살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렇기에 몸은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인 시간에 눈을 뜨고 감으며 늘 같은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지라, 이제 일정한 자리의 꽃잎만이 눌려 찌그러지고 뭉개지는 것도 익숙한 날이다. 첫날이 지나고 물었다. 이것은 노리유키 자신만의 의사일까. 삼일이 지나고 물었다. 이것이 네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냐고. 이틀이 더 지나서 물었다. 너는 행복하느냐고. 나는 이해할 수 없고 배운 적 없는 감정으로 너는 나를 바라봤어. 노란빛이었냐고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것만은 확실해. 바스락거리는 꽃잎을 쥐고 몸을 일으켜 우선 침대를 살폈다.
푹신한 침대입니다. 시트가 새 것 처럼 깨끗합니다.
하츠토리 하지메:꽃잎을 만져본다. 언제나 새 걸 공수해 깔아두는 걸까. 조금 서늘한 식물의 온도가 미미한 자신의 체온을 닮았다. 이내 침대 아래오 두 발을 내리고 고개를 젖혔다. 아아, 같은 곳에서 잔류하는 시간이란 얼마나 익숙한가에 대한 짧은 생각. 이내 책상으로 향한다. 노리유키는 나를 신뢰하고 있는 걸까. 서적에서 익히 읽어 알고 있는 감금에 대해 생각해본다. 구속과 속박이 함께 행해지는 것. 나에게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 책상을 살피며 자신의 발목이나 손목 또한 가만히 내려다보곤 만다.
책상 위에는 작은 화분과 간단한 식사거리가 놓여 있습니다.
노리유키가 준비해 준 것일까요?
하츠토리 하지메:식욕보단, 아니다. 욕구라는 게 있는가 묻는다면 그것은 이루고 싶었던 사랑에 대한 것. 누군가에게 있어 구원이자 세상에 대한 자비인 것. 책상을 한 번 손끝으로 훑다가. 화분에 심긴 것이 있는지 손뻗어 살폈다.
화분에는 하얀 장미 몇 송이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하얗고 곧은 손가락이 장미 화분의 흙을 살짝 만져주곤, 눈썹이 살짝 팔자로 휘어진 채로 웃어버리고 말아. 너는 죄가 없으니, 다만 햇빛을 받지 못하게 된 건 미안하구나. 준비된 식사를 한 번 눈에 담았다. 손을 대진 않을지언정, 그것은 순수한 호의일테니.
빵과 스프, 샐러드가 담긴 접시와 핫초코가 쟁반 위에 놓여 있습니다.
한 쪽에는 수저도 잊지 않고 놓여 있네요.
하츠토리 하지메:핫초코가 담긴 잔을 양손으로 쥔다. 미지근하게 식은 온도가 피부에 닿는다. 있잖아, 노리유키. 역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 걸까. 잔을 내려놓고 책장 앞에 서서 책등에 적힌 제목들을 살폈다.
하츠토리를 위한 노리유키의 배려인걸까요?
하츠토리의 취향인 책들이 꽃혀 있습니다.
정갈하게 꽂힌 책들 사이에서 책 한권이 유독 튀어나와 있는게 보입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유독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을 뽑아 펼쳐본다. 책의 표지에 적혀있을 글자를 읽고, 책장을 넘겨본다.
책을 펼치자, 백장미와 포도의 설명이 적힌 페이지에 각각의 꽃 이름표가 끼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사전에는 대략적으로 알고있는 정보와 함께 심심풀이로 꽃말이 적혀 있습니다.
백장미의 꽃말은 순수, 순결, 존경. 포도의 꽃말은 자비, 환락이네요.
하츠토리 하지메:화분은 하나 더 있었지. 반혼초 말이야. 꽃말은, 기억. 이었던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이런 책을 이 방안에 꽃아두다니. 제법 대범해졌네, 노리유키. 더 눈에 띄는 페이지가 없나 넘겨보곤 책을 제자리에 꽂아둔다. 사용할 일이 거의 없을 화장실 쪽의 문을 열어본다. 아직 한 번도 살핀 적이 없던가.
하츠토리 하지메:살필 것은 다 살폈다고 생각했는지 화장실 문을 나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본다.
두꺼운 철문입니다.
손잡이를 당겨 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노리유키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당신을 가둬둔 것일까요?
하츠토리 하지메:철문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상하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무언가로 긁은 듯한 얕은 자국이 가득입니다.
무수히 많은 자국에서는 광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긁힌 자국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만져본다. 이 정도론 열릴 문이 아닐텐데. 꽤 나가고 싶었던 건가. 식욕도 수면욕도 배설욕도 없는 존재에게 이런 밀실이란, 영겁의 지옥도와 같은 곳이 아닐까. 후후, 웃음이 흘러나오고야 만다.
그렇게 방을 다 둘러보았을때 쯤, 갑자기 문에서 무언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노리유키가 방안으로 들어섭니다.
하츠토리 하지메:고개를 살짝 들어 마주한다. 그러네. 이런 실내 공간 안에선 유독 시선의 높낮이가 느껴지니까.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쥔 채 반듯하게 선 자세로 입을 뗀다.
조금 늦었구나, 노리유키.
우츠기 노리유키:문앞에 서 있는 모습에 시선이 닿았다가, 방 안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아무 변화 없는 방을 보며 그의 눈에 보인 감정은 수많은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 시선은 다시 당신에게로 향한다. 열려있는 문을 다시 닫고 그 앞에 선다.
...잘 있었나요, 하지메. 조금 더 신경써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제대로 문을 닫는 모습에 평소와 같은 얼굴을 다만 내어줄 뿐이다.
늘, 눈을 뜨기 직전에 들어와 기다려주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일이 있는가 싶어서 말이야. 조금 걱정하고 있었단다.
여전히 생각은 바뀌지 않았니?
굳이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하츠토리 하지메에 관한 것들을 하츠토리 하지메보다 잘 알고 있는 건 단연 노리유키 너라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우츠기 노리유키:당신에게서 받는 걱정이라니, 황송하군요.
그렇게 말하는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긴 침묵을 유지하다가, 느리게 입을 연다.
…예, 이것이야말로 당신에게 있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나의 별, 저는 진심으로 당신이 계속해서 빛을 내기, 길을 알려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잇따르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는 미소. 눈썹이 조금 밑으로 내려와 모이고 반대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건, 절말 후회하지 않을 너만의 의사일까. 노리유키.
천천히 침대로 걸어가 걸터앉고 두 손은 허벅지에 모아 얹었다.
책장에 꽃 이름표가 꽂힌 책을 가져다주었던데. 그 날의 일을, 온전히 잊진 않았으리라 생각하고 있어. 세 개의 화분에 각자의 것을 심은 날 말이야. 그 때의 너는, 지금의 너와는 다른 별을 쫒고 있었던 걸까.
우츠기 노리유키:…예, 이것이 바로 제가 선택했고, 감내해야 할 길입니다, 하지메.
그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은 있었을지언정, 망설임은 없었다. 침대로 걸어가는 당신의 뒤를 따라가 침대가에 선다. 평소와 같은 미소를 띄우고.
저는… 한시도 다른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늘 하지메, 당신이라는 별을 좇고 있으니까요. 이건 그 날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당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주무시지요.
하츠토리 하지메:그 말에는 조금 어폐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 걸까.
부드러운 음성엔 그와 상반되듯 굳은 심지가 들었다.
나를 위하는 길이라 함은, 저렇게나 심하게 긁힌 자국이 낭자한 철문 안, 작은 화분에 햇빛 한 가닥 들지 않는 이 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옳은 것 아니겠어. 막 일어났을 뿐인 내게 너는 또 다시 잠에 들라 이르고 있단다. 나를 너만의 「별」로 남기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들에게서 유리시키는 것이 네 목적이라 한다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얼굴로, 다만 한 손을 뻗어 노리유키의 뺨을 감쌌다.
너는 이상하리만치 내게 다가오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지. 정말 이상한 속박이지 않니. 이런 관계는, 이런 방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네가 고집해왔던 게 아니었을까. 대답해주겠어.
우츠기 노리유키: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지메. 저는 그저 당신을…
당신이 제게로 다가오자 짧게 숨을 들이킨다. 뺨을 감싼 손에 조심스럽게 제 손을 겹친다. 유리잔이라도 다루는 듯 조심스러운 손길이다. 숨을 가다듬고서야 다시 말을 꺼낼 수 있었다.
당신을 저만의 것으로 독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모든이들의 별이며, 인간에게 신의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 온 존재니까요.
…지금은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한가지 뿐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저는, 당신에게 있어 악인이 되어도 괜찮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이것은 악몽인가. 혹은 평온한 꿈의 끝인 걸까. 바스락거리는 잎사귀의 소리. 떨어지는 하얀 꽃잎들의 종언. 웃지 못할 장면들에도, 그저 약간의 식은땀을 닦아낸 뒤, 닫힌 철문을 바라본다. 이어 방 안에서 달라진 것은 없는지 살폈다. 아, 그것이 내게 내려진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면. 네게도 들려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방 안은 얼핏보기에는 별다른 점이 없어 보입니다만,
미묘하게 바뀐 부분들이 있는 것 같네요.
::조사 포인트 : 침대, 책상, 책장, 화장실, 밖으로 가는 문
하츠토리 하지메:여전히 누운 침대는 어제와 같나.
침대는 여전히 푹신합니다. 시트는 새 것 처럼 깨끗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제와 다른 시트인 것 같습니다.
하루만에 시트를 갈 필요가 있을까요?
하츠토리 하지메:하반신이 잘 붙어있나 확인한다. 윗옷을 걷어보는 건 접합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따름이다.
...어라? 어제와 옷이 달라졌습니다.
스스로 옷을 갈아입은 기억은 없습니다. 노리유키가 갈아입힌 것일까요?
하반신은 멀쩡하게 달려 있지만, 옷 아래의 피부는...
군데군데 푸르죽죽한 멍이 들어 있습니다.
왜 아직까지 재생이 되지 않는 것이죠?
::SANC(1/1d2)
하츠토리 하지메: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하츠토리 하지메:기억은 왜곡되기 쉬우며, 신의 수신기인 존재라 할지라도 언제나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몸. 그리 큰 고통을 느끼진 않았으니, 그저 옷을 내려 옷매무새를 가다듬곤 책상으로 향해 달라진 게 있는지 확인한다.
책상 위에는 어제와 같이 식사와 작은 화분이 있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빵과 샐러드, 스프와 핫초코인가? 그 옆에 놓인 건 장미 화분일테고.
식사 메뉴는 어제와 그대로입니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화분에는 하얀 장미가 자라 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시들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하츠토리 하지메:안타깝네. 빵과 와인이 더 어울렸을지 모르겠어. 그랬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겠네. 별달리 더 살필 것은 없을까.
책상 위에는 더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눈을 돌리면... 책장 위에 놓여있는신문이 보이네요.
하츠토리 하지메:신문을 집어 읽어본다.
최근의 것으로 보이는 신문입니다.
앞면에 커다랗게 난 기사가 눈에 띕니다.
기사의 오른쪽에 7명의 이름과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핸드아웃, [신문]이 공개됩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연고가 없다, 라. 그렇네. 테오도르, 나는 이렇게 한 번 더 버려지는구나.
사진과 이름 중, 아는 사람이 들어가 있는가.
하츠토리가 아는 사람의 얼굴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나 자신의 이름도?
하츠토리의 이름도 실려있지 않네요. 우츠기가 손을 쓴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츠토리 하지메:그렇다면, 어제처럼 눈에 들어오는 책은 없나?
책에도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하츠토리 하지메:화장실로 향한다. 문을 열고, 어제완 다르게 변기부터.
변기는 사용한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하츠토리 하지메:거울 앞에 서서 제 얼굴을 확인하고 윗옷을 좀 더 위까지 걷어본다. 흔적이 짙은가.
하츠토리의 얼굴이 보입니다.
얼굴에도 군데군데 멍이 들어 있습니다.
...신체에 무언가 이변이 생겼다고 생각할 때 쯤,
::정신력 판정 해봅시다.
하츠토리 하지메:
SAN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방을 둘러보는 하츠토리에게, 돌연 졸음이 몰려옵니다.
이상하죠, 분명 잠이 필요없는 몸일텐데, 어째서.
눈을 깜빡여 보아도 잠은 달아나지 않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세면대를 붙잡는다. 여기서 쓰러지면 곤란한데.
침대로 몸을 옮길까요?
하츠토리 하지메:세면대를 붙잡았던 손을 벽으로 옮겨 짚는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로 향한다.
비틀거리며 침대로 향합니다.
침대에 누운 하츠토리는,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요?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침대가에 앉아있는 노리유키입니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이네요.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 앉았고, 표정에서도 피곤함이 묻어나옵니다.
하츠토리와 눈이 마주치자 여느때처럼 환하게 웃어 보이지만요.
하츠토리 하지메: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깜박, 깜박. 눈을 감았다 뜨고 몸을 일으켜 마주하곤 낯을 살핀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노리유키의 왼쪽 소매에 약간의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상처라도 났었던 것일까요?
하츠토리 하지메:손을 뻗어 노리유키의 손목을 잡는다. 그러곤 자신의 쪽으로 조금 더 보기 용이하게 끌었다. 상처가 있는지 살피는 모양새다.
상처는 없어 보입니다.
회복력이 빠른 것을 생각하면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우츠기 노리유키:하, 하지메.
당황한 듯 목소리가 잘게 떨린다. 손을 뿌리치지도, 완전히 보여주지도 못하는 채로 눈을 굴려 당신의 눈치를 살핀다.
하츠토리 하지메:설명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이네. 아마 그건, 네가 다해야 할 의무인 것 같고 말이야.
높낮이가 없는 음성이 막연히도 노리유키에게 향한다.
아아, 긴 꿈을 꿨다는 것부터 시작할까.
다리가, 그러니까. 허리 아래의 모든 것을 잃는 꿈을 꿨어, 온통 붉은색이었는데 말이야. 아마 그곳에 너도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보다싶이, 거울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단다. 답지 않은 추태를 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대답해주겠어, 노리유키? 저 문의 긁힌 자국들, 그리고 내 몸의 상처들. 그리고 바뀐 옷차림. 침대 시트까지. 결국 종내 피곤한 네 낯의 원인은 내게 있는 걸까.
우츠기 노리유키:그런 괴로운 꿈을 꾸셨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메. 하지만 결국 꿈은 꿈일 뿐이란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차분한 목소리다. 오히려 너무 차분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생각될 정도로. 손끝으로 당신의 얼굴을 매만져 본다. 멍이 위치해있는 부분을. 변함없이 조심스러운 손길이다.
당신의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고요. 피곤한 낯은… 그래서일지도 모르겠군요. 이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꿈은, 꿈이라. 노리유키. 그런 말을 알고 있니. 이건 악몽의 시작이 아니라 평온한 꿈의 종말이야. ...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어. 손길이 닿은 곳에서 느껴지는 통각에 미간이 찌푸려졌다가 다시 온화한 낮으로 손을 뻗어 안수하듯 노리유키의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손을 내려뜨린다.
... 죽을 수 있을 거란 확신마저 들었어. 분명,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고 싶은 기분이었거든.
어제는 수마가 쏟아졌어. 절단면이나 내부 장기 손실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이 정도로 멍이 지워지지 않는다니. 역시 이상하지 않니.
우츠기 노리유키:…아아, 하지메,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당신은 죽을 수 없어요. 그때도 말하지 않았던가요? 어째서 당신이 이렇게 된 것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가는 곳이 있으니... 곧 제가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이런 멍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무리같은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일이니 하는 것 뿐이에요. 그저, 제가 당신께 드릴 수 있는 것을 드리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꿈은, 이 밤은 끝나지 않아요, 하지메.
하츠토리 하지메:노리유키.
안쓰러이 여기는 걸까. 마음이 동하는 이유는, 그래. 이것이 너희들이 말하는 사랑인 거구나. 알고 있어. 그러나 있지. 나는 너의 바람 같은 건 들어줄 수 없음에.
밤은, 언제나 아침에 자리를 내어주는 존재란다. 신의 사랑을 위해 오리진 알파를 만들어보기로 했던 그 날처럼.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신의 사랑은 이어질 것이고, 내가 죽음에 이르른다 해도, 노리유키 너는. 남아주겠지.
우츠기 노리유키:…예, 그렇겠지요. 저는 늘 별을 쫓는 이였으니까요. 마지막까지 당신의 곁에 있을겁니다. 하지만, 하지메…
약속했잖아요,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뱉지 못하는 것은 당신을 원망할 수 없는 것이 제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결국 답에서 도망쳐 엉뚱한 말을 꺼내 버린다.
…곧 괜찮아질거예요. 그럴겁니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또다시 수마가 쏟아집니다.
정말, 어떻게 된 것인지...
노리유키는 아무런 설명 없이 답을 피해갈 뿐입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노리유키, 나, ...
시야를 다잡으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답답한 마음에 어쩐지 안개가 끼고 습기가 높아 축축 쳐지던 여름처럼 늘어지는 몸을 주체하기가 어려워, 이런 적은 처음이네.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군다.
우츠기 노리유키:...피곤한 모양입니다. 몸에 여러가지 이상이 생겼으니, 무리도 아니지요.
하츠토리 하지메:가늘게 뜨였던 눈이 빨간 두 눈동자를 다 드러내고야 만다. 조용히 꽃을 바라본 채 멈춰 서선 손바닥을 펼쳤다. ■■ ■■ ■를 올렸던 손바닥. 모두가 어수라 칭하는 손. 이젠 수신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책장으로 향해 달라진 점을 살핀다.
하츠토리 하지메:노리유키의 방으로 향한다. 입술은 다물린 채, 눈썹은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 채, 망설임 없는 낯이다.
방 안은 생활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이 먼지가 가득합니다.
희미한 조명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빡입니다.
공책 한 권과 화분이 책상위에 놓여있고, 벽에는 뭔가의 자료들이 잔뜩 붙어있습니다.
::조사 포인트 : 공책, 화분, 벽의 자료
하츠토리 하지메:공책을 들어 페이지를 넘겨본다.
날짜별로 일기가 적혀 있습니다. 노리유키의 글씨체입니다.
핸드아웃, [일기]가 공개됩니다.
하츠토리 하지메:후후, 하, 하하하하. 그래, 그랬구나. 무리하지 않아도 좋아. 너도 너덜너덜하잖니.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숨 한 번을 토해내기 힘들었는데. 세오도아, 나... 재생이... 그러니까, 하츠토리 하지메는 이미 죽었어. 그럼 나는. 나는 무엇이지. 나는 나로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맞나. 화분을 살핀다.
바싹 마른 포도 줄기가 자라고 있습니다.
말라붙고 비틀어져, 원래의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손을 내어 포도의 넝쿨을, 잎사귀른, 그 말라비틀어진 초록을 어루만진다. 나의 아이야. 우리는 아직 죽음에 이르지 못했구나. 곤란하단 듯 웃으며 벽의 자료로 눈을 돌린다.
누군가의 신상 자료들이 휘갈겨쓴 듯한 메모와 함께 잔뜩 붙어있습니다.
집 주소, 사는 지역, 귀가시간, 생활 습관까지…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데리러 간 참이니. 체념하듯 기운 없는 음성.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다닥다닥 붙어있는 자료들에 눈이 아파올 뿐입니다.
...
노리유키의 방을 살펴보던 도중,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아, 그가 돌아왔어요.
하츠토리 하지메:갈까. 밤하늘에 종언을 전하러.
말라비틀어진 포도 화분을 안은 채,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걸어나간다.
방에서 나서자, 지친 기색으로 연구소 복도로 들어서는 노리유키가 보입니다.
노리유키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하츠토리와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얼어 붙습니다.
우츠기 노리유키:......다 본건가요, 하지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무겁게 입을 열어 묻습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붉은 눈으로 우츠기 노리유키를 응시한다. 부드럽게 미소짓는 입꼬리. 그에 비해 엄하게 뻗은 눈매. 가히 공심판을 닮은 낯이나, 나는 집행자가 아닌, 그저 네게 있어 형벌같은 존재.
두 팔로 우츠기 노리유키의 몸을 껴안는다. 태어난 이후, 누구에게나 안겨보았을까. 그래, 노리유키. 나도 알고 있어. 나는 신 같은 게 아냐. 별 같은 게 아냐. 잘린 테이프를 억지로 이어붙여 재생시켜진 레코드. 그러니 이것은 거짓된 수신기이자,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 칭하던 남자의 피조물인 하츠토리 하지메였던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