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뚝.
당신은 몇 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애니가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10월 27일.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 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1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애니는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든 애니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애니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애니가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애니:... 약속, 해야 해, 반드시... ...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애니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잠든 이의 머리맡을 지키는 게 익숙해진 건 며칠인가. 그리고 몇 시간, 혹은 몇 초인가. 시간을 세는 것이 유의미할 때는 이미 멀리 물건너간지 오래임에. 우리는 애당초 순간을 살아내는 목적에 의해 구성된 부류. 어딘가 뒤틀렸거나, 미쳐있거나 아파서 죽을 것 같았던 놈들이었다. 악몽이라도 꾸는 듯한 이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깍지낀다. 전해줄 수 있는 단어들은 동이 나버렸으므로. 그렇게 가만히 발치를 응시할 뿐이다.
애니:(악몽을 꾼다. 정말로 악몽을 꾸는걸까? 오히려 일어나면 나타나는 현실이야말로 악몽인게 아닐까. 괴로운 목소리로 무언갈 중얼거리다, 네가 손을 겹쳐 깍지를 끼어주자, 한가득 찌푸려진 눈썹에 힘이 풀리나 싶더니 안정감을 얻은 표정으로 바뀐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뜬다.) ... 아,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킨다) ... (그러고 무언갈 확인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고)
... 지금이 몇 시지?
(대뜸, 시간을 물어본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답지 않네요. 정오가 되기 12분 전. 이번엔 꽤 오래 잠들어서 깨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죠.
이렇게 산산히 부숴버리는 건 여전하네요.
애니:그런 것 치고는, 너무나도 생생한 악몽을 꿔버려서 말이야. (기분이 안좋은 듯 눈썹을 한껏 찌푸리고, 제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다,) 악몽을 꿀 바에는 일어나는게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깍지낀 손을 풀고 널 본다.) 일어난 김에, 이제 내가 보초 설게. 너도 눈 좀 붙여둬.
드레퓌스 츠바이크:제가 죽기라도 했습니까. 손이 풀리자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바라본다.턱이 살짝 올라간 채 시선은 내려뜨린 모양새가 평소와 너무 같아서. 이 남자는 이 세셰에서 유리된 것이 아닌가 묻고 싶어질지도.
애니:하, 꿈에서 네가 죽었으면 비명지르면서 일어났겠지. (되도않는 농담을 내뱉고) ... 츠바이크, 나 좀 안아봐라. (대뜸 제 양 팔을 벌리고 오라는 듯이 손짓한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시덥지 않은 농담따먹기를 하던 얼굴과 별 다르진 않지만 고개를 바로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쳤다. 생존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 없이는 지새우지 못했던 밤이 있었다. 아스팔트가 열대야에 타오르는 여름에도,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겨울에도 그저 살을 붙이고 불쾌하다 못해 그리운 체온에 눈 감던 날이 있었으니 새삼스런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당신을 예측하고 먼저 발 맞추는 사람이니까. 가만 바라보던 인상이 보란 듯이 풀어져선 몸을 안아낸다.
예예, 드레퓌스입니다. 제스트가 죽고 세대교체도 아직이죠. 연하보단, 지금이 취향이었죠.
애니:무슨 일이라고 한다면 악몽이라는 말밖에 못해주겠네. (널 꽉 끌어안고) ... 응, 응. 드레퓌스 츠바이크. .. (한동안 말이 사라진다. 오랜 침묵 후에 입을 열고 꺼낸 말은,) 현재 이런 세계속에서,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지? - (이어서 무슨 말을 더 하려다 말고, 널 보며 옅게 미소지어) 응, 안아줘서 고맙다. (내가 먼저 안아달라 한 쪽이지만, 먼저 네 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얼른 쉬라는 듯이 등을 툭툭 치고) 이만 자, 피곤하겠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뭐어- 더 애틋하게 굴어달라면 거절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죠. 잠시 고민하듯 하다가 애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한 팔로 눈을 가린다. 손을 펼쳐둔 채로.
잡아요. 당신, 혼자 있으면 유독 물러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나한테.
애니:(작게 웃음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너도 만만찮게 물러지는 타입이잖냐, 나한테. (거절하지는 않겠다는 듯 네 손을 잡고, 반대쪽 손으로 네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잘 자.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당신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
6월 8일 7:00pm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Ci vediamo di nuovo. (* 우리는 다시 만날 겁니다.)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당신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
6월 8일 7:00pm
애니:츠바이크, 이제 일어나라. (널 깨우려는 듯 네 몸을 살살 흔들어)
당신은 애니의 손길에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당신과 그는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창고를 떠납니다.
...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과 애니는 숨을 죽인채 살금살금, 폐공장 지대를 빠져나옵니다.
행운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운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애니가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애니의 손짓에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 아래에 빈 과자봉지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바로 내딛던 발을 앞꿈치부터 물린다. 소리를 내지 않게끔 움직이는 것은 익숙하다. 식욕보단 생존욕이 앞선 편이니 과자봉지를 피해 걷는다.
당신과 애니는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애니:(아까 있던 장소에서 꽤나 멀어지자, 말을 꺼낸다) 아까는 위험했네. 잘못해서 밟았으면 망할 좀비랑 싸워야 했을지도 몰랐겠어. (지도를 확인해보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한다)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렇네요. 아무래도 불필요한 전투를 즐기기엔 지쳤으니까요. 애니가 보고 있는 지도로 시선을 돌린다. 잘 찾아가고 있는 건 맞겠죠. 대부분, 운전은 제 몫이었으니.
애니:(지도를 확인하고,) 응, 다행히도. 제대로 찾아가고 있어. 마침, 안전지대를 향하는 길목에 마을이 하나 있는데 들렸다가 갈까? 시간적으로도 들렸다 가기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캘버리로 향하는 길이 표시된 지도를 네게 보여준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원하시는 대로-. 라고 해둘까요. 임무든 여행이든 사전 조사는 당신의 목이었으니 믿어보도록 하죠. 새삼스럽게 덧붙인다.
애니:(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들렸다가 가는걸로 할까.
수 시간을 걸었을까요.
당신들이 걷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난 얼마 후,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라 붙어잇는 간판이 새벽어스름너머로 보입니다.
애니:마침 곧 동이 틀테고, 쉬어갈 곳이나 찾아볼까-.
드레퓌스 츠바이크:안에 남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겠죠. 우선 들어갈까요. 능청스레 마을 안으로 발걸음한다.
・・・
[마을]
당신과 애니는 마을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 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애니는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들어갈까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집의 외관을 한 번 눈으로 훑고 애니보다 먼저 집 안으로 들어선다.
[주택]
당신과 애니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부러진 [도끼]와 세 개의 방, 그리고 [주방] 이 보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서로 죽이기라도 한 건가요. 도끼에 이물질이 묻지는 않았는지 살핀다.
꽤나 큼직한 손도끼 입니다.
평소라면 나무를 다듬는 데나 쓰였겠지만 세상이 망해버린 지금은 그 쓰임새가 좀 달랐겠지요.
도끼날과 손잡이엔 핏자국이 검붉게 말라붙어 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반동강이 난 도끼의 손잡이를 잡고 쪼그려 앉은 채 애니를 올려다본다. 어떻게 할까요. 날 부분은 제 기능을 다한다고 증명된 셈인데.
애니:이미 혹여나의 상황에 사용할 무기는 있지 않아? 짐만 늘리는 꼴이 되지 않으려나. (도끼날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주시하고) 우리는, 그런 곳에 사용할 일따위 없을테고 말이야.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런가요. 이제 와서 불살이니 생명 중시니 하기도 뭣하지만서도요. 도끼 손잡이를 소리가 나지 않게 내려놓는 건 습관, 무릎을 짚고 일어나 거실을 한 번 더 살피는 건 직관이다. 핏자국은 이어져있나?
이어져 있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주방이겠네요.
애니:... 불살이나 생명 중시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 (작게 중얼거리고 주방을 흘깃 본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손가락으로 부엌 쪽을 가르킨다. 저쪽, 이내 몸 쪽으로 한 번 손을 당겼다가 다시금 가르키는 수신호를 해보인다. 갑니까?
애니:(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여기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고, 미리 살펴보는게 좋겠지.)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망설임 없이. 뒷꿈치를 먼저 내딛어 주방으로 향한다.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들어있는 건 사람인가. 달리 눈에 띄는 건 없나 살피는 눈이 한 층 침체된 채다.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보나요?
드레퓌스 츠바이크:표정이 조금 일그러지나 싶더니 다리를 들어 발로 쓰레기통을 연다.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고깃덩이들, 뼛조각들, 그리고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들이 보입니다.
SAN 0/1
드레퓌스 츠바이크: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래서, 육안으로 보기에 어떤 포유류의 뼈인지 구별 가능한가.
관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네요. 당신이라면 알 수 있겠네요.
이 썩어 문드러져가는 고깃덩이는,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아무리 먹을 게 없었다고 해도-없었나. 냉장고가 있나 한 번 살폈다-이건 조금 규격외 아닌가. 애니, 저거, 사람이예요.
애니:(한숨을 내쉰다) 예상이 맞았네. 말했잖아. (쓰레기통을 흘깃 보고) 우리는 그런 곳에 사용할 일 따위 없을거라고. (제 지레짐작이 맞아떨어진 것에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혀를 차며) 이래서 망할 용병의 감이란.
-. 주방 다 둘러봤으면 다른 곳에 가지?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런가요. 요령이 없었나보네요. 도끼를 부숴먹을 만큼의 식재료는 아니었을텐데. 쓰레기통은 다시 덮어두고 첫 번째 방으로 향한다.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인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자연히 책장에 눈길이 가게 되는 건 정해진 수순인가. 책들을 살폈다. 눈에 띄는 책이 있을까.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등...
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반쯤 덜 꽂힌 책 두 권을 꺼내 훑어본다. 속독은 늘 익숙한 문제였으므로.
훑어봤지만, 여전히 왜 읽은 걸까 싶네요. 도움이 되는 정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 어느 출판사가 이런. 뒷표지를 한 번 돌려보다가도 다시 책장에 책을 꽂아 넣는다. 이내 책상 위의 메모패드를 살핀다.
한쪽 벽에 딸려있는 작은 책상 위에는 작은 보라색 향초와 [메모패드],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메모패드는 작성된지 꽤 오래 되었는지 먼지가 쌓여 있네요.
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혹은 관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눈쌀을 찌푸리고 종잇장을 다시 뒤적인다...
흠... 봐줄게요. 그럼 자료조사로 다시 한 번.
드레퓌스 츠바이크: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가 힘드네요.
당신은 그나마 멀쩡한 글씨들을 읽어 내려갑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알아볼 수 있는 건, 그렇네요. 단계 정도. 역시 전공자의 메모패드란 실로 마지막까지 깔끔하고 정보 그 자체랄까. 제자리에 패드를 내려놓고 애니를 바라본다.
근육통이라던가, 열이 난다던가. 해당사항 있나요?
애니:흠? (몸을 가볍게 풀어보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완전 언제나의 텐션.
드레퓌스 츠바이크:당신, 그런 쪽에선... 괜히 새삼스런 말로 다투기 싫단 듯 다가가 애니의 뒷목을 잡고 이마를 맞대본다.
애니:뭘 봤길래 그런걸 물어보냐? (자연스럽게 네가 다가오는 걸 피해버리고, 내려둔 메모패드를 들어서 읽어본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불만스런 눈초리로 당신을 바라본다.
피한 겁니까?
애니:(누군가가 남긴 메모를 보고) 아, 이런 내용. (네 시선은 무시해버린다) 피하는게 왜? 불만이라도 있냐? 나는 네가 홀로 읽은게 불만이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불만이라고 한다면요. 어느새 책상에 비스듬히 자세를 기대 서선 삐뚜름하게 바라본다.
풀어줄 생각?
애니:아니-? 전혀. (현 상황과 맞지 않게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웃어) 불만은 알아서 푸세요~ (다른 방에나 가보려는 듯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러니까 당신이 꼼꼼하지 못하단 거예요. 뒷모습이나 바라보다가 책상 위 액자를 들고 사진을 살핀다.
당신은 액자를 들어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을까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죽은 사람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가족의 형태를 잡아가던 이들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액자를 뒤집어 엎어둔다. 액자를 한 번 눈에 담곤 서랍을 열어본다.
서랍속에는 노트, 필기구 따위가 들어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노트를 꺼내 펼쳐본다. 백지인가.
텅 비어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펜을 하나 꺼내 입으로 뚜껑을 물어 펜을 열고 유창한 이탈리어어로 무언가를 적어둔다.
Segreto. . . ? (* 비밀이 생긴 건가.)
여기에서 가능한 건 이걸로 끝인 것 같네요.
다른 방으로 이동하나요?
드레퓌스 츠바이크:Non sono sicuro, ma... (* 아무래도, 확신할 수는 없겠지.)
문장을 적어두고 노트와 펜을 슬쩍 챙겨둔다.
두 번째 방으로 이동한다. 애니가 있나?
애니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으로 향하면,
방 문이 뻑뻑하게 닫힌게 잘 열리지 않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표정 변화 없이 문고리를 돌린 채로 문을 어깨로 밀어 열어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문이 열리자….
…. 방안의 좀비들이 일제히, 당신을 쳐다봅니다.
아, 아까 가족사진에서 본 그 일가족이요.
민첩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좀비들이 당신을 덮치기 전 당신은 황급히 문을 닫았습니다.
기괴한 울음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애니:괜찮냐!? (뒤늦게 네 목덜미의 옷부분을 잡고 뒤로 끝어당겨) 이 방문, 잠궈야겠는걸...!
드레퓌스 츠바이크:그야, 닿기 전에 문 닫았고. 고개만 돌려 애니를 바라본다.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요.
애니:너 방금 좀비에게 공격당할 뻔한건 자각 했지..?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네 모습이 황당하다. 너무 익숙해져서 둔해졌나?)
우선, 여기는 의자로 좀 막아두자고.
드레퓌스 츠바이크:뭐, ... 누가 생각나기라도 했다면 기우겠죠. 부엌에 의자가 있었떤 것 같은데. 가져올까요.
입 안이 조금 쓰다. 사람의 시체가 있던 부엌을 가르켰다.
애니:... 그냥 서재에서 가져오자. 시체가 있는 곳에 다시 가는 것보단 낫지.
당신과 애니는 서재에서 의자를 가져와 문고리 사이에 비스듬히 세워놓았습니다.
문 틈새에서 좀비들의 기괴한 소리가 새어나가다 곧 끊깁니다.
이걸로 당분간은 안심이겠죠.
드레퓌스 츠바이크:추측할 수 있는 거라곤, 감염자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가족이나 관계자였던 이가 식량을 찾으러 나갔던 거곘죠. 일부러 물리는 선택을 했다던가. 그렇네. 사랑이네요, 낭만이고. 애니의 이마로 손을 뻗어 제 이마와 비교해본다. 보통의 인간보다 낮은 것과 대조한다고 해도 의미가 있겠냐만은. 방 문을 바라보다, 세번째 방을 가르킨다. 걱정 된다면 같이 가주고.
애니:그런게 사랑인가, ... 사랑이려나. (이번에는 가만히 서 있는다. 실제로 비교적 체온이 낮은 네 손은 생각보다 시원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저기는 뭐, 남은 방을 생각해보면 침실이겠지. 열어볼까?
드레퓌스 츠바이크:실재로 그렇지 않나요. 조금 과격한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레이지와 그 아버지가 이 집에 살았고, 그들이 평범한 인간 이었다면 그리 벗어난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까요. 세 번째 방 문을 열어본다.
애니:흠... 그건, 글쎄다. (제가 아는 그 둘을 상상해본다. 아무리 평범한 인간이라 하더라도, 역시 그 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런 사랑을 할리 없을지도. 아, 물론 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
다른 방보다 비교적 깔끔한 이 방은 침실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당신과 애니는 방의 문을 단단하게 잠그고 간단하게 짐을 푼 후 침대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애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신에게 말합니다.
애니:츠바이크,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테고-. 오늘은 내가 먼저 보초 설테니 먼저 자. (언제나처럼, 명령조에 가깝게 말한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지난 거점에서 떠나올 때, 누가 마지막으로 잠들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애니:글쎼다, 너?
어차피 중간에 한 번 교대할테니 괜찮지 않나.
드레퓌스 츠바이크:대답을 바라고 물은 건 아니었는데요.
제가 잠든 사이에 밀회라도 할 생각이라면 머리를 제법 잘 썼네요.
애니:~ 밀회는 무슨, 밀회를 할 존재라고는 밖에 좀비밖에 없다만. (작게 헛웃음을 뱉어내고) 어차피 잠도 안오고 일어나 있는 김에 더 있다가 자려는 거니까. 잔말말고 눈이나 감아-. (일어나는 것 자체를 하지 말라는 듯 누워있는 네 상반신을 꾹 누른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나쁘진 않은 선택인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 봐도 농이나, 진중한 얼굴로 제 상반신을 누르던 손을 잡아 손끝에 입맞춘다.
그럼, Ci vediamo di nuovo. (* 우리는 다시 만날 겁니다.)
애니:또, 또 내가 못알아 듣는 말이나 하지. (이런 세상에서도 여전한 녀석.)
뭐어, 잘 자라.
잘 자, 라고 말하는 애니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보이고, 또 슬퍼보이는듯 합니다.
당신은 애니에게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눕는 푹신한 침대에 정신을 잃듯 잠에 듭니다.
・・・
6월 9일 6:11 pm
당신은 창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나위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애니는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습니다.
애니는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A.
애니는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른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대며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보고 애니는 작성하고있는 노트를 황급히 감춥니다.
애니:아, 일어났냐?
드레퓌스 츠바이크:몸을 틀어 침대 아래에 앉아 있던 애니의 고개 옆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졸음이 묻은 눈이나 시야가 또렷해 당신 얼굴만은 잘 알아볼 수 있으니.
Buon pomeriggio, caro. (* Good afternoon, Dear,)
숨기던 노트 쪽을 바라보곤.
역시 밀회인 겁니까.
애니:(고개를 살짝 돌리면 서로 얼굴이 닿는 거리. 익숙하고 친근하나, 지금은 그러질 않길 바라는 듯 살짝 거리를 벌린다.) 밀회고 뭐고 비밀. (노트를 바라보는 네 시선을 제 손으로 옮기려는 듯 네 눈 앞에서 손을 흔든다) 지금은 궁금해하다간 다친다.
드레퓌스 츠바이크:그거 압니까. 레이지가 누굴 닮아서 거짓말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애니.
사제지간이 이렇게 닮아버리면 곤란하죠. 팔짱을 끼고 불만스레 눈을 맞추다 고개만 빼선 버드키스하듯 입맞춘다. 그러곤 능숙히 몸을 일으킨다.
늦잠에 대한 책망은 이걸로.
갈 길이 지체되었나요? 어쩐지 어제부터 차질이 있던 것 처럼.
애니:사네미츠 녀석을 닮았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나였냐?
... (자연스럽게 입을 맞춘 널 바라보다 그러려니 해버린다.) 지체, ... 되진 않았나? ... 아니 어쩌면 좀 더 급하게 가야 할지도. ... (이런 저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그래도 오랜만에 잘 잤지? 오늘은 더 힘내서 걸을 수 있겠네. (슬쩍 화제를 돌려버린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손이라도 잡아 드릴까요. 침대에 한 쪽 무릎을 걸치곤 허벅지에 나이프 가터를 채웠다. 보란듯이 한 손을 내밀어보인다. 하나 남은 일행이 미아라도 되면 곤란하니까.
애니:... 아니, 괜찮아.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 후 나갈 채비를 마칩니다) 얼른 나가기나 하자. 오늘도 바삐 걸어가야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여기서 더 쉬었다 갈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당신과 애니는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 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마트의 외관을 한 번 눈으로 살핀다. 그러곤 반 발자국 붙어 서선, 애니의 한쪽 팔을 부축하듯 잡는다.
기억나나요. 자주 들렀던 곳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애니:엉? (잡힌 팔에 멈칫. 그리고 이어지는 네 말에 주위를 둘러보자 시야에 들어오는 마트.) 그러게-, 레이지랑 너랑 자주 들른 곳이랑 비슷하네. (잠시, 아주 잠시간 추억에 빠졌다가,) 저 마트, 가볼까?
드레퓌스 츠바이크:원하신다면. 봉골레 재료는 구할 수 없겠지만요. 발소리를 죽여 마트 쪽으로 붙어 걷는다.
・・・
[마트]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이미 털어갈 것들은 다 털렸다, 랄까요. 파스타면도 남아있지 않을 판이네요. 선반 1을 살핀다.
장난감 코너 입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 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인형을 가르키곤. 이거 제대로 한 탕 어그로 감 아닙니까.
애니:호오, 나중에 던져서 어그로 끌면 되겠는데? (던져서 주의를 끄는거라면... 근력인 제가 던지는 편이 낫겠거니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제가 먼저 챙긴다) 쓰는 상황이 안오면 좋겠지만 말이지.
흐-음. (인형을 만지작거립니다. 제대로 작동이 되나?)
드레퓌스 츠바이크:그거 만지지 않는 게 좋지 않나요. 물가에 내 둔 아이를 보는 눈이 이것보단 낫겠다 싶다. 이리 내라는 손짓.
애니:... 아, 미안. (이미 어떤 버튼을 누른 듯 하다)
애니가 인형의 등 뒤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어둡고 고요한 매장 안에 동요가 울려퍼집니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당신은 황급히 인형의 버튼을 눌러 노래를 껐습니다.
주변에 좀비가 없는 것이 다행이에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당신이란 사람은...
별이 보고 싶다면 불러달라고 하세요. 인형을 도로 가져가 조금 고민하다가 적당히 코알라처럼 든다.
애니:왜, 뭐.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는게 뭐 어때서. (당당하게 주장중)
그럼 나중에 자장가 겸으로 불러주든가. (탁, 하고 잽싸게 인형을 가져가버린다)
드레퓌스 츠바이크:그게 그렇게 갖고 싶습니까. 드물게 퀭해진 얼굴로 바라보다 선반 2를 살핀다.
애니:그렇다면 어쩔래~ (만족스러운 듯 인형을 주머니에 넣는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행운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운
기준치:
80/40/16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쓰레기 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흥미 있나요? 참치캔을 하나 들어보인다. 식욕보단 다른 욕구들이 앞서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행운인가.
애니:흠? (네가 찾은 참치캔을 보고) 당연하지, 우리가 아무리 이런 몸이라 해도 식량은 중요하니까-?
그럼 이제, (주위를 둘러본다) 볼건 창고 뿐인가.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렇죠. 어제처럼, 피-카부. 하고 나오면 곤란하니까요.
아무쪼록 조심해주실래요, Kido.
애니:그렇게 해야지.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창고]라고 팻말이 써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듣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돌연 불쾌하고 익숙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 이 소리는 좀비가 내는 소리 입니다.
소리는, 마트 안의 창고에서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애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첫번째. 이 창고를 열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간다. 혹은, 두번째로 이 문을 열고, 적당한 타임에 인형을 던진다. 그리고 좀비들을 유인한 후 살핀다.
무턱대고 돌격은 허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애니:흠... (돌격은 금지라니 슬쩍 꺼내려던 쇠파이프를 다시 넣어둔다)
창고에 중요한게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무렴 좋을 것 같긴 한데... 안에 몇 마리가 있는진 유추 불가능하려나.
드레퓌스 츠바이크:대략적인 수를 가늠한다면, 저보단 애니가 적합하겠죠. 들어보겠습니까.
애니:뭐, 들어보는 걸로 할까. (창고 문에 귀를 댄다. 감각 강화라는게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능력이겠지.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시키면,)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
미안 모르겠다 (어깨를 으쓱여)
드레퓌스 츠바이크:...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문에 귀를 대본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츠바이크, 다시 굴려볼
아아...
드레퓌스 츠바이크:네. 모르겠네요.
애니:그치?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감행인가요?
애니:그러니 그냥, (슬쩍 미소를 지으며 창고의 손잡이를 쥐고,)
눈치 좋네. 빙고-. (문을 확 열어재낀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다행인 점은, 한 마리라는 것일까요.
츠바이크, 선공
드레퓌스 츠바이크:근접전은 전문분야가 아닌데요. 쇠파이프를 단단히 잡고 머리를 향해 휘두른다.
쇠파이프
기준치:
55/27/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츠바이크의 공격에 좀비가 나가떨어지나 싶더니, 곧바로 몸을 일으켜 다시 달려듭니다.
애니:한 방에 못 끝내다니- 너 은근 몸이 굳었나봐? (따위의 말을 하며 쇠파이프를 한 손으로 잡고 휘두릅니다)
쇠파이프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 어라, 미안 나도 몸 굳었나봐?
드레퓌스 츠바이크:좀비가 등이 간지럽답디까?
애니:헹, 모르겠다.
이어서 좀비가 달려듭니다.
좀비:
비무장
기준치:
35/17/7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좀비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 같네요.
츠바이크, 다시 공격!
드레퓌스 츠바이크:이런 거, 전문 인력이 하나 비,니까... 곤란하네요. 다시 한 번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쇠파이프
기준치:
55/27/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피해:
9
애니:세게 휘두른다고 해서 맞는게 아니란걸 아는 사람이 그렇게 휘두르냐-! (다시 자신이 공격해야 함에, 제대로 쇠파이프를 잡고, 휘두른다)
쇠파이프
기준치:
75/37/15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아~~~ (아~~)
드레퓌스 츠바이크:약하게 휘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군요.
애니:역시, 주먹으로 패야하나? (다시 달려들 좀비에 대비하듯 자세를 잡아)
좀비가... 다시 달려듭니다
좀비:
비무장
기준치:
35/17/7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드레퓌스 츠바이크:진흙탕 싸움이네요. 이럼 가오도 뭣도 없지 않나요.
애니:그런 말 할 시간에 휘두르기나 해!
드레퓌스 츠바이크:원하시는 대로. 쇠파이프를 고쳐잡고 머리를 향해 휘두른다.
쇠파이프
기준치:
55/27/11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좀비가 (드디어!) 쓰러집니다
당신과 애니는 좀비가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SAN 0/1
드레퓌스 츠바이크: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얼굴을 찌푸리고 뒤로 물러난다.
그래서, 유능한 남자가 애인인 기분은?
애니:음~... 기분이 나쁘진 않네. 하지만 나보다 신체적으로 유능하면 별로일지도-?
드레퓌스 츠바이크:유감이네요. EDU부터 STR까지 위인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창고 안을 살핀다.
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자1] [상자2] [상자3] 을 발견합니다.
... 등 뒤에서 애니가 칫,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첫번째 상자를 살핀다. 툴툴거릴 여유가 있다면 등 뒤는 부탁합니다.
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때 쓰였던 상자인가 봅니다.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당신과 애니의 몸에 맞는 옷들도 있었습니다.
몇 달째 입고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멀쩡히 생긴 옷들 중 까만 옷가지를 꺼내 흔들어보인다. 생각보다 수확이 좋네요.
애니:(여전히 까만색?)
드레퓌스 츠바이크:취향이니까. 입어줄 거죠?
애니:... 그 까만 옷 내거였냐?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렇습니다만. 마음에 안 들었나요?
파란 스프라이프 티셔츠라도 찾아야 하나.
애니:(널 흘깃 본다...) 아냐 됐어. 이상황에 뭘 더 바라겠나.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옷가지를 안겨주고 두 번째 상자를 살핀다.
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 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면 족히 몇주를 먹을수 있을 거에요.
창고를 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여러모로, 이 다음엔 험난한 이벤트가 도사리고 있나보네요, 레이ㅈ... ... 끝맺기 전에 입을 다문다. 그러곤 세번째 박스를 연다. 과한 물자 보충은,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요.
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와인이에요.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예전엔 이런 것도 마실 때가 있었지. 그 때 물었죠, 츠바이크 씨는 정말 흡혈귀냐고. 글쎄요. 아직 살아있는 걸 보니, 인간적인 무언가는 아닌가 봅니다.
창고를 둘러보던 당신은 문득 당신 곁에 애니가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가 죽은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찾는 거라도 있습니까. 쇠파이프를 가드하듯 들고. 배가 고파서 먹고 싶어졌단 변명은 안 받으니까요.
애니:아- 내가 이런걸 먹을 리가 있겠냐. 그보다 이것 좀 봐라. 이 좀비, 총을 갖고 있더라. (쓸 수 있는 총인지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충분히 쓸 수 있겠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총을 안주머니에 넣어둡니다)
그러고보니 이 좀비는 살아생전 마트의 보안요원이었나 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애니, 그건 제게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애니:소리가 큰 탓에 쓰기 쉽진 않겠지만, 있어서 나쁠건 없으니까-.
엉?
드레퓌스 츠바이크:뭐, 불발되더라도... 관심이 이쪽으로 쏠렸을 때 기동력이 좋은 건 당신이니까요.
애니는 살짝 고민을 하는 눈치입니다.
정 원한다면 설득이라도 굴려볼까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안 되겠습니까.
설득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애니:응, 역시 안될 것 같다. (단호하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들어먹을 눈치가 아님에 곰곰 고민하다가 얼굴이라도 들이밀어본다.
애니:내가 갖고 있을게. (하하 웃으며 네 얼굴을 밀어낸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손목을 잡아 다시금 얼굴을 마주보고. 그렇지만...
매혹
기준치:
45/22/9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이럴 땐 작가님이 부러워진단 말이죠.
애니:허어, 그런 얼굴에 내가 넘어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푸하핫 웃어)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렇지만, 역시 뒤에 남는 역할, 탐나는 엑팅이니까요.
남자의 로망이랄까. 그런 거죠.
애니:아니면 이런 내 얼굴에 네가 넘어와주려나?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널 바라봐)
매혹
기준치:
45/22/9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드레퓌스 츠바이크:실패입니다.
애니:(그래도 내가 7더 낮다. 정신승리)
드레퓌스 츠바이크:유감이네요. 당신, 나를 왜 만나는 겁니까?
애니: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나는 왜 만나는 거람~ 내 얼굴 보고 만나나? (메타적으로 APP 수치를 바라봐요)
드레퓌스 츠바이크:하아?
애니:이런 외모, 좋냐? (다시 미소지어보기)
외모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드레퓌스 츠바이크:뭐, 예예. 졌네요. 얕은 한숨 내쉬고 두 손을 들어보인다. 그래서, 어쩔 셈인가요.
애니:당연한거 아냐? 변함없이 총은 내가 갖고 있는다~ (제 안주머니에 넣은 총을 툭툭 치며)
드레퓌스 츠바이크:뭐어, 제 뒷통수 말곤 사람은 쏘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가끔, 컨트롤하기 어려우니까요.
애니:네 뒷통수도 안 쏠 테니 걱정 말라고-.
컨트롤은 무슨. 날 인간으로 안보는 거냐? (네 등을 팍팍 치고) 이제 갈 길이나 마저 가자고.
드레퓌스 츠바이크:인간이 죽을 수 있는 가장 안락한 방법이라고도 하니까요. 뒷통수 말예요. 본인의 뒷통수를 툭툭 건드려보곤.
애니:어이, 츠바이크. 좀 힘들지만 낮에도 이동하는 건 어때? 이 이후는 쭉 도로이니 좀비들은 적을거야.
~.. 있더라도, 탁 트인 곳이니 괜찮겠지.
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게 좋으니까.
드레퓌스 츠바이크:...확신입니까 오만입니까. 마트에서부터, 왜 이렇게 확실하지 않게 구시는 거죠. 미리 말해두지만 불만입니다만.
관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그가 말하는걸 들어보니..
애니는 하루빨리라도 안전지대로 향하고 싶나 봅니다.
애니:네가 불만이어도 안전한 곳에 빨리 도착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 ...
드레퓌스 츠바이크:중요하지 않을 건 또 뭔가요. 오히려 더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안전을 위해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해서 안전이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어쩌자는 거지?
애니:그래서 말했잖아? 이 앞으로는 탁 트인 곳이라고. 지금까지 다닌 산길이나 마을보다 시야가 개방되어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만.
드레퓌스 츠바이크:안전할 것 같아서 그렇게 조심성 없이. 시끄러운 노래가 나오는 인형을 반짝반짝 트윙클하게 틀어버린 거였죠. 벌컥벌컥 열고 헛스윙도 해댔죠. 그럼요. 그럼요. 그러시겠죠, 예~예~
애니:... (인상을 팍 찌푸린다) (기분이 나쁘지만, 맞는 말이긴 하지. 그치만? 그치만???) (아무런 말 없이 노려본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더 할 말 있습니까. 아니면 늘 하던 대로 자신있는 무력인가요.
애니:뭐가 문제야? 괜찮을 거라니까. 적어도 지금 다녀온 수많은 길들보다 훨씬 안전할거라고. 그러니까, 그냥, 가자니까.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무력을 쓰려고 하는건 참 잘 알아채네.)
그럼, 쭉 이어진 도로인만큼 도중에 주유소가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주유소가 나오면 바로 쉬는걸로 하자.
드레퓌스 츠바이크:제대로 해결하고 가죠. 삐딱하게 애니를 내려다본다. 당신. 제대로 이야기해주는 것 하나 없잖아.
몰라서 가만 있는 줄 아는 겁니까, 아님 알고도 모른척하고 싶은 겁니까.
평소보다 곁을 내어주고 있지 않죠. 열이 있나 짚어보려는 걸 피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 귀엽게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어차피 걸어야 하는 길이었어요. 세상엔 이제 저희 둘이구요. 그렇다면 이렇게 성급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대답해주시죠.
애니:다 나중에 이야기 해줄 거라고!! (네 어깨를 붙잡는다) 그냥, 내가, 다 이야기 해줄 때까지는, 제발. 그냥 따라와 주면 안될까. (네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네가 아플 정도로 세게 쥐었다는 자각이 들 때 즘 손을 놓았다)
나중에 전부 해결될거야.
네가 궁금한 것도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도 전부 다. 그러니까 그냥 가자. (그런 말을 하는 내 모습은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조금만 더 아무것도 듣지 않은 채로 가자, 제발.)
드레퓌스 츠바이크:충분히 아플법한 악력이다. 그러나 내려다보는 표정에 미동은 없다. 평범한 어조와 평범한 표정.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별달리 유감스럽지도 않단 얼굴이었지만...
죽고 나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던가요, 애니.
똑바로 바라보세요. 우리가 뭘 위해 이런 생활이라도 영위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뭘 위해서 구질구질하게도 서로의 체온을 갈구했는지. 잊지는 않았겠죠. 생생하니까. 레이지도, 작가님도. 그 사람까지도.
덮어두고 걷는다고 만들어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따윈. 존재하지 않아. 아니면 어린애들의 굿나잇 페어리 테일을 원해?
애니:... (이 이상 기다려달라 말해도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네 손목을 잡고 끌고간다) 앞으로 조금이면 된단 말이야. 앞으로 조금이면! (널 향해 화내는 것 같은 말투에는 어딜 향하면 좋을지 모르는 채 방황하는 분노도 섞여있겠지.) 이후에 다 해결될거라고! 다 알게 해줄거야. 다른 이도 아닌 내가 다 설명 해줄거라고. (네 말을 듣길 거부하듯 발걸음을 바쁘게 옮겨버린다.)
당신은 애니에게 끌려가다시피 마을에서 벗어납니다.
마을을 벗어나자 시야가 탁 트인 고속도로가 펼쳐집니다.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입을 다문 채 걷는다. 걷고 걷는다. 뭘 위해 걷기 시작했고 뭘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문 건지도 모르게 해가 정수리를 뜨겁게 찌르고 불쾌한 적막이 이어진다. 주변을 예의주시하는 눈매가 곱지 못하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됐습니다. 당신과 싸워서 뭐합니까. 져도 이겨도 의미 없는 기싸움엔 흥미 없어요.
갑시다. 여기 서 있어봤자기도 하고.
・・・
6월 10일 11:00 am
[주유소]
이 곳은 관리인 한두 명을 둔 작은 무인 주유소였나 봅니다.
근근이 널브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과 애니는 주유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무인으로 사용할수 있는 [주유기] 몇 대, 그 옆에는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이 보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자판기를 먼저 살핀다.
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관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자판기의 부품들과 쓰레기들 더미에서 생수 한 병을 발견했습니다.
깊숙히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봐요.
드레퓌스 츠바이크:가볍게 워커로 자판기를 걷어차 생수병이 아래로 떨어지게 해 꺼낸다. 애니에게로 가볍게 물병을 던져주고 사무실로 향한다.
사무실의 문을 돌려 보았지만 굳게 잠겨 있습니다.
하나뿐인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있어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봐야 할까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발로 차서 열 수 있는 문인지 살핀다.
생각보다 말끔합니다. 발로 차는걸로 열리진 않을 것 같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유리창을 깬다. 문을 따 본다. 아니면 당신이 문을 부순다.
만만찮게 짜증 났잖아요? 안 될리가 없겠지.
애니:다른 곳이나 더 둘러보고 오지 그러냐. 열쇠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고, 저 정도로 깔끔하면 안에 들어간다는 전제 하에 맘 놓고 잘 수 있겠는데. (고개를 돌려버리며 거부의 의사를 보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그렇게. 발걸음을 돌려 주유기를 살핀다.
평범한 주유기 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도와주세요….제발 도와주세요…”
당신이 시체인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지 몇 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애니, 떨어지세요.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 모금만, 제발….”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콰직,
하고…
애니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애니는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애니의 중얼거림과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애니:…어, 죽어,뒤져…!!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그의 눈은 섬뜩하게 핏발이 서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손을 뻗어 애니의 팔뚝을 붙잡는다. 과합니다. 못 들었나요. 말했죠. 떨어지라고.
이젠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수 없게 뭉개진 육신에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튑니다.
이미 죽었을게 분명하건만 몇 번이고 쇠파이프를 내리치다 당신에 의해 움직임을 멈춘 애니는,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애니:... 괜찮냐, 츠바이크. (그제서야 살짝, 떨어집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은 살기를 띄었던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애니의 모습과는 어딘가 섬뜩하고 이질적입니다.
SANC 0/1
드레퓌스 츠바이크: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이 그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와, 장난 아닌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2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양손으로 애니의 뺨을 붙잡았다. 그리곤 사무실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한 번 옮겼다 시선을 마주친다.
진정하세요. 알고 있죠. 눈에 띄는 사람이 되어서 좋을 건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생각하자는 거예요. 내 일 순위는 당신과 나야.
애니:... ... (어딘가 멍한 눈으로 널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 ...... 저기, 우선 들어 와서 이야기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당신과 애니는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당신과 그가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 이게 얼마만에 만나는 생존자인지 모르겠네.
쥬드:쥬드라고 합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드레퓌스, 츠바이크네요. 지금은. 이쪽은 애니. 일행입니다.
안에서 문을 잠근 건 당신이었나요?
쥬드:(지금은?) 아아, 네. 그렇죠. 밖에서 어슬렁거리는게 좀비인지 인간인이 알아야지 말이에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저기 널브러져 있는 건 일행이었나요. 구할 수 있었을 것도 같았습니다만.
쥬드:아아, 뭐. 일행은 아니었으니 괜찮아요~. 어제 무슨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지만.
사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인가 좀비인가 긴가민가해서 말이에요~ 이제서야 연 건 미안해요.
당신들도 그런가? 안전지대로 향하는 사람.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렇죠. 이래저래 좋지 못한 꼴의 연속이지만요.
쥬드:이런 상황에 좋은 상황이 있을리 있나요. (어깨를 으쓱이다) 저도 안전지대로 향하는 중이에요. 목적지도 같고, 같은 생존자고 함께 하지 않겠어요? 생존자를 만나는 건 삼 개월 만이라서 외롭기도 했고, 슬슬 홀로 버틸 정신력도 딸리던 참이라구요~.
드레퓌스 츠바이크:호오. 괜찮은 건가요. 이쪽이 어디서 어떻게 굴러먹은 인간일 줄 알고. 반대로 당신이 어떤 사람일 줄은 이쪽에선 알 수 없으니까요.
이해해주시겠습니까. 당장 등을 맞댄 동행인과도 신뢰의 문제가 막. 발생한 참이라.
쥬드:이렇게 서로 어디에서 온지 모르는 만큼 함께 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뭐,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신뢰의 문제라, ... 뭐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의식주 그 모든게 문제이니 서로가 언제 배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기도 하고. (지레짐작으로 말을 꺼낸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배신이라. 그러고 보면 성경말씀이었죠. 배신은 가장 끔찍한 중죄. 신의 사랑이든 나발이든 관계 없는 입장이지만요.
마드모아젤의 비밀은 싫지 않아요. 그런 점에선 져 줄 용의가 아직은 남아있으니까요.
계획은 있나요? 동행 여부와 별개로 궁금하군요.
쥬드:계획이야 뭐, 언제나와 비슷하죠. 캘버리로 향한다. 좀비가 나타나면 최대한 피해서 간다~ 아닌가요.
드레퓌스 츠바이크:간결하네요.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기 전까지.
쥬드:그러는 걸로 하죠.
그보다 이런 상황에 둘이서 다니다니, 정말 부러워요. 저와 함께 하던 친구들은 전부 감염자가 되거나-,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 그렇게 됐거든요. 결국 이렇게 저 혼자 남았고.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불필요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잘 부탁드립니다. 일까요.
쥬드:좋아요, 잘 부탁드려요. (활짝 웃어)
애니가 아닌 사람과 대화를 한게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말을 많이 해서인지 배가 고파옵니다.
밤을 지나 낮시간에도 걸었으니 여기서 식사를 한 후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칼로리바와 참치캔, 쥬드가 꺼낸 무화과 등. 오랜만에 꽤 풍성한 식사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까 챙겨온 와인을 지금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이 가방에서 와인을 꺼내자 쥬드가 눈을 빛냅니다.
쥬드:그거 와인인가요? 오, 세상에. 얼마만의 술인지.
드레퓌스 츠바이크:생각보다 술꾼 쪽인가요? 오는 길에 얻었습니다만. 꺼리지 않는다면야.
쥬드:술을 싫어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술꾼인 편이죠.
세 사람은 사무실에서 찾은 종이컵에 와인을 따라, 가볍게 잔을 부딪히며 건배합니다.
쥬드:인류의 미래를 위해 건배~.
드레퓌스 츠바이크:잔을 부딪힌다. 내일 아침을 위해서.
세 사람은 음식과 와인을 나눠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갑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에, 금세 술기운이 오릅니다.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알코올로 흐릿해진 시야에서, 여전히 등을 돌리고 어제처럼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는 애니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당신은 그에게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했지만 술기운에 머리가 무거운 탓에 이내 금세 잠에 듭니다.
・・・
6 6월 10일 6:39 pm”
깜빡,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이 잠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애니입니다.
밤새 그 ‘노트'를 쓴 모양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손을 뻗어 이마를 짚어보곤 슬쩍 노트를 가져가선 넘겨본다,
츠바이크...
관찰 판정이라도 해볼까
드레퓌스 츠바이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쉽게도, 넘겨본 페이지는 백지였던 것 같네요.
곧이어 애니가 노트를 뺏어갑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아쉽네요. 생각보단 반응이 느려서 놀랐달까.
애니:정말 끈질겨. (심기가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주섬주섬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제 이마에 닿았던 손은 생각보다 훨씬 시원해서, 잠에서 깨기에는 충분했을지도.)
이만 출발하지.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럴까요.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일행이 되기를 자처했던 쪽을 바라본다.
쥬드는 이미 채비를 마친 것 같네요.
밤은 찾아오고, 당신과 애니, 쥬드는 길을 떠났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은 문득 옆에서 걷는 애니를 돌아보니,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애니를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쥬드:저 친구... 좀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데요.
행여 그가 들을라,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당신에게 속삭이며 말합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이상해 보인다면. 눈동자만을 돌려 쥬드를 바라본다.
쥬드:내가 이래 봬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조금씩 배운 말이 많은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 중국어, 스페인어까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거 같은걸 보니.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 중 하나인거 같거든.
드레퓌스 츠바이크:Non è niente di speciale. (* 별 일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이미 만나본지 오래라. 참, 그것관 별개로. 감염 이후의 증상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까.
오는 길에 정보를 탐색할 기회가 있었으나 자료가 손상되는 바람에 완벽히 알아낼 순 없었거든요.
쥬드:생각보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네요. 당황할 줄 알았는데.
흐음? 저도 매일이 도망치는 날이라서요. 라디오에서 말한 정보밖에 모르지만... 아니면 그 자료라는거, 지금 갖고 있나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생각보다 사람의 인생은 복잡한 법이랍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맞물려 돌아가기도 하구요.
자료 말인가요. 너저분한 메모패드지만요. 챙겨온 노트를 꺼내 보여준다.
그렇다해도 요 며칠 새의 그는, 마치 당신이 알던 애니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미쳐가는 세상에서 애니마저도 미쳐가는 걸까요.
우리가 아무리 미치고 아픈 집단에 속해 있었다 해도 말이죠.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런 건 알고 있으니. 신경 거슬리게 하는 건 그녀 하나로 충분하단 것도 알고 있겠죠.
잠시 멈춰서 하늘이나 한 번 노려보곤 만다.
…..어느새 애니는 당신들보다 몇 발짝 뒤쳐졌습니다.
쥬드가 메모 패드를 받아듭니다.
쥬드:으-음... (얼룩이 있어서 못 본 건가. 이리저리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드레퓌스 츠바이크:(오)
쥬드:(그냥 읽히는데.)
드레퓌스 츠바이크:당신, 작가라던가. 생각 있습니까? 눈썰미가 좋네요.
쥬드:아,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읽기 어려웠지만, 메모패드의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아, 미안하지만 프리터라서요. 앉아서 글쓰는 직업은 못버티겠더라고요.
자, 내용이요. (노트를 찢어 메모패드에 고정시켜서 되돌려준다)
덕분에 저도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됐네요. (어깨를 으쓱여)
드레퓌스 츠바이크:말마따나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노트를 받아 전문을 읽곤 뾰족한 치열을 드러낸 채 가볍게 웃었다.
모를 일이네요.
되도록이면 간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까요. 위험 요소가 하나 줄어든 거라고 말입니다. 적혀있는 것에 따르면, 동족상잔엔 취미가 없는 것 같으니. 몸 쓰는 일은 잘 하시나요?
쥬드:아~~ 오히려 몸 쓰는 일을 잘하죠.
참, 제가 몸을 더 잘 써서 말이에요. 알바를 주로 편의점에서 했거든요? (그 말을 시작으로 쉴새도 없이 자신의 수많은 경험담이 뿜어져 나온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그 돈을 모아 타국으로 여행한 나라의 이야기.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서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남은 이야기 등.)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문득 말을 멈춘다) 너무 내 이야기만 했나-?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보지 그래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이쪽 얘기라. 글쎄요. 당신이 말한 저 정신이 좀 이상해보인다는 사람과 연인이라는 것 쯤일까요.
인간성을 잃어가는 그가 낮설게만 느껴지는 건 비단 그가 감염자라서, 라는 이유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나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정정할까요. 좋은 사람이었어요.
캐비넷을 빠져나와 적당히 벽에 기대 서선 내려다본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그가 당신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들어볼까요. 설명.
애니:… 가면서 이야기할까.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
6월 12일 6:21 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애니는 마침내 입을 엽니다.
애니:하아... (한숨을 크게 쉬고,)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녀석이 내 가방을 뒤지고 있었어. …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식량을 훔쳐 도망가려 한거겠지.
내가 그자식을 저지하자, 내가 감염자라는 걸 네게 말 한다고 협박했고, … 이후는 네가 아는 그대로야. 뭐, 그가 착하다고 말한 널 보면 감염자인 내가 모든 일의 원흉이겠네. (시선을 완전히 피하듯 앞만을 바라본 채 걸어가며 말한다) 착한 생존자 한 명을 죽여버린 감염자니까.
드레퓌스 츠바이크:생각보단 미련한 사람이었군요. 훔칠 거였다면 좀 더 일찍 행동했도 괜찮았을텐데. 탐색할 때, 부러 알려주었거든요. 필요하면 붕대든 소독약이든 챙겨가라고. 믿을 곳이 자신밖에 없다는 것부터, 우린 이미 겪어온 시간이 아닌가요.
목적은 없지만 살아가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혹은 그 목적이 갈피가 잡히지 않아 그저 오랜 시간을 살아내야만 할 때도 있고요.
드레퓌스 츠바이크:당신이 어떤 존재로 눈을 뜨든 그 옆을 떠나는 일은 없을 거란 뜻이었습니다. 적어도 내 쪽에서는요.
그러니까, 토라져서 눈도 안 맞춰야 할 사람은 그쪽이 아니라. 제 쪽이란 말입니다.
애니:… 내 반응이 느렸다는 것도 다 알아차렸으면서 내가 그 말을 기억 할거라고 생각했냐. … … 알아서 생각해. 지금도 머리가 지끈지끈하거든.
... 내가 토라진 것 처럼 보였나. (잠시 입을 꾹 닫고 있다가, 주제를 바꿔버린다. 품 속에서 노트를 꺼내고 흔들흔들거리며) 우선은 이걸 완성하기 전까지는 난 네게 그 무엇도 말해주지 않을거야. 그래도 곧 완성되니까, 토라지지 말고 인내심 좀 발휘해주시죠.
... 가자.
그는 당신에게 그저 기다려달라고만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당신은 문득 쥬드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저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요,
당신은 아직도 애니를 믿을 수 있나요?
...
각자 다른 생각과 불안감을 품고, 당신과 애니는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 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애니:이제 곧 캘버리가 나와. 여기에서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지고 이동할까. ... 괜찮나.
드레퓌스 츠바이크:예예. 이제 와서 달리 좋은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참, 한 가지 물어도 괜찮습니까.
애니:.. 뭔데?
드레퓌스 츠바이크:당신이 아직 어린 레이지에게도 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사람을 죽였을 때.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사실이 아닌, 감정을 묻는 겁니다.
애니:... (고민을 하는 듯 눈을 데구르륵 굴린다.) 내가 용병이었던건 기억 하겠지.
그때부터, 이미 죽일 때의 감정따위 사라졌어. 그러니까, 몰라. 둔해졌어. (누가 봐도 거짓말임을 알 수 있겠지. 특히나 너라면. 그럼에도 일부러 거짓을 뱉어낸다. 담담하게, 담담하게?)
드레퓌스 츠바이크:오래 해왔다고 그 감정마저 제로가 되는 게 아니란 건 알고 있겠죠. 먹고, 눈을 붙이고, 화장실에 가고, 술을 찾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죠. 매일 굽는 애플 파이에도 기뻐하고 봉골레에 환호하고. 그런 날들을 잊지 않았단 걸 알고 있어요. 당신은 저보다 인간적이었으니까요.
당신이 숨기고 싶어하는 '그 노트'에 대해 더 묻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른 부분은 좀 내어 주시죠. 슬슬 조바심이 나려 하니까요.
애니:그건, 미안, 이 노트가 끝나야지 다 말해줄 수 있어. (네 등을 툭툭 치고) 후에 모두 다 알려줄테니까. 화풀이도 그 이후에 해. (자신도 말해주지 못해서 괴로워 보이는 표정을 짓다가,) .. 교회에 들어가기나 하자.
드레퓌스 츠바이크:불만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는 눈매가 조금 날이 선 채로 유지되다가 별 수 없다는 듯 반 걸음을 먼저 뗐다. 상체만 틀어 애니의 머리칼을 넘겨주고 이마에 살짝 입맞추곤, 별 일 없었다는 듯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Questa è la mia punizione. (* 이건 제가 내리는 벌입니다.)
・・・
[교회]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애니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애니:이것좀 다 쓸테니까. 안쪽 좀 돌아봐줄래.
드레퓌스 츠바이크:제대로 답해주지 않는 사람과 만담을 하는 취향은 아니니까요. 그럼. 교회 안을 슬쩍 둘러본다.
당신은 예배당 안을 돌아봅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 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제대 위로 올라가 단상을 살핀다.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 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구원 같은 거, 있을리가. 성경을 덮어두고 피아노를 살핀다.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 칸마다는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게, 마치 이 교회 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xx월 xx일,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달 후 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일정의 이름이라던가... 적힌 건 없나.
동그라미 외에 쓰인 글자는 없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계단으로 향하기 전 십자가를 살핀다.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 입니다.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어라,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십자가의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 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열쇠꾸러미를 꺼내 챙긴다. 애니 쪽을 흘금 살피곤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좁은 나선계단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기도실]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자 문 하나가 있고, 그 문엔 기도실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쇠가 있어야 할것 같아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십자가에서 꺼낸 열쇠로 문을 연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SANC 0/1
드레퓌스 츠바이크:
SAN Roll
기준치:
71/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드레퓌스 츠바이크:어디의 누구의 말로가 생각나네요. 정작 기록으로밖엔 읽은 적 없지만. 이 방엔 더 특별한 것은 없나?
흠.. 관찰 판정?
드레퓌스 츠바이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돌아가려던 참에, 문고리에 걸린 묵주를 발견합니다.
어디에 사용할지는, 당신의 몫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문고리에 걸린 묵주를 집어 챙긴다. 알알이 만져본 것 같기도. 애니에게 복귀한다.
당신은 애니에게 돌아왔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미친듯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그 뒷모습이에요.
한참을 제 일에 열중하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애니의 환한 미소입니다.
애니:드디어, 끝났어. ... 다, 끝났어.
드레퓌스 츠바이크:영문도 모르고 이런 표정을 마주하는 건 조금 당황스러운데요.
애니:아, (후련해진건 저뿐인걸 깨닫고) 미안, 잠시만 기다려봐. (전해줄 말을 정리하는 듯 싶더니,)
어디부터 들려줘야 하려나. ... 우선 궁금한 점 있으면 답할게.
드레퓌스 츠바이크: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방대하다고 할까. 그것보다 당신, 뭔가 적고 수식을 풀고 하는 데엔 흥미 없었잖아. 가까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꼈다. 제대로 듣겠다는 심산으로.
애니:그럼 거기부터 설명할까. (그 앞줄의 의자에 앉는다.)
무언갈 쓰기 시작한 이유부터는, 그래, 너랑 폐허가 된 연구실을 지나갔을 때, 그날 꿈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거래를 제안했어.
거래의 내용은 내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이고. ... (네가 앉은 반대방향으로 눈을 데구르륵 굴린다)
알다시피, 본래 감염되면 24시간 후 좀비로 변하지만 무슨 능력이 있는건지 100시간으로 늘려졌고?
그렇게 노트에 계속 적던 건, (제 머리를 톡톡 치며)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
완성 전까지 발설하지 않는 것도 치료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조건 중 하나. 그 때문에 죽어라 숨겼고.
애니:이정도려나. 이해 완료?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그렇게 말해줬음 좋았을텐데.
저는 모든 원고의 내용을 A부터 Z까지 숙지하고 마감을 독촉하는 담당자는 아니었습니다.
애니:말했잖아. 조건에 있었다고. 들키면 다 와장창~이었어. (고개까지 홱 돌려버려)
드레퓌스 츠바이크:날짜와 분량만 맞춰주면 서로 OK인 부분일 거고.
이제 와서 이야기한다는 점은, 구현이 끝났다는 소리겠군요.
애니:... 그렇지. 다 적은거지. (노트를 바라보다가) 다 끝난거고.
(제 손목시계를 보면서,) 그 날 카운트 다운을 맞췄어. 이제 남은건 16시간이려나.
드레퓌스 츠바이크:열여섯 시간. 그 안에 캘버리까지 도착하는 게 최종 관문인걸로. 그렇게 파악하면 된다는 걸까요.
애니:그렇지. ... 어차피 캘버리까지는 하룻밤이면 돼. 이제 해가 지고 이동하면 도착하겠지.
드레퓌스 츠바이크: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네요, 정말.
이 놈도 저 놈도 미쳐있는 걸론 충분하지 않았던 겁니까.
애니:미쳐만 있기에는 너무 부족해서 말이야.
이렇게나 손이 많이 가는 애인을 두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힘없이 작게 웃어)
드레퓌스 츠바이크: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애니:뭔데?
드레퓌스 츠바이크:마을에 있던 그 집에서. 레이지와 작가님이었다면 그런 결말을 맞지 않았을 거라고 했겠죠.
저와는 생각이 달랐으니까요.
애니:엉.
드레퓌스 츠바이크:어떤 결말이었을 것 같나요.
새삼 궁금해서.
애니:글쎄다. 나는 저놈들이 아니니까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 그 당시에는 막연하게 그나마 좋은 끝을 맞이했겠거니- 생각했어. 그렇지만 자세하게 어떻게 그렇게 됐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는, 그런 해피엔딩.
... (어깨를 으쓱인다) 이렇게 머리가 꽃밭인게 다 드러나네. 어쩌면 그들은 이런 결말을 맞이했을지도-가 아니라 그저 내 바람일지도 모르고. 우선은, 그래.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런가요. 이래저래 그쪽도 신뢰 관계라면 뒤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문제인 부류니까요.
애니. 나는 당신을 위해 나를 내버리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애니:뭐어, 응. 그렇겠지.
오히려 남을 위해 내버리는게 이상하지. (허탈하게 웃는다. 그 이상한 놈이 나이기도 하고 말이야.)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학교에서, 결국 믿을 건 나 뿐이라는 충고를 들었습니다. 당신에 대한 신뢰는 이미,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쉽게 죽어줄 생각이 없단 말을 하려는 겁니다.
애니:(헛웃음을 들이키다가) 이미 알고는 있었는데. 정말, 만만찮게 미친 놈이야.
드레퓌스 츠바이크:이제 와서 그런 말을 주고 받아봤자, 별 의미 없는 걸 알지 않나요.
그러니까 잊지 마세요.
Ci vediamo di nuovo. 열여섯 시간 뒤의 우리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저는 당신과 떨어질 생각이 없어요.
애니:... 그건 살짝, 곤란한데. (노트를 한 번, 너를 한 번 바라본다.) 그럼, 노트는 누가 캘버리로 가져다 주겠어. 이 노트를 가져갈 수 있는 인간은 너 뿐인데. (노트를 만지작거리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당신, 날 혼자 보낼 생각입니까.
애니:그야, 이런 몸이고. 어쩔 수 없지 않나.
드레퓌스 츠바이크:아시다싶이, 저는 그닥 이타적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없다면, 저의 캘버리 행엔 어떤 의미가 있죠.
드레퓌스 츠바이크에겐 뭐가 남느냔 말입니다.
애니:으-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수식을 들고온 생존자라는 타이틀을 보고 모여들 나를 제외한 사람들과, 그로 인한 새로운 인연?
내 빈자리야, 뭐, ~...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런 데에 흥미를 가질 것 같습니까? 제가?
애니:내 부탁이어도 싫어? 아니면 노트만 건네버리고 다시 날 만나러 와도 좋고. ... (어깨를 으쓱인다) 이왕이면 캘버리 안에 자리잡으면 좋겠지만.
드레퓌스 츠바이크:굳이. 하하호호 하고 지냈던 시절은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그닥 사교적인 성격도 아닐 뿐더러.
요구사항은 그것 뿐입니까.
애니:~.. 그-을쎄다. .. 피곤하니까 지금 자자는 것도 요구사항인가.
드레퓌스 츠바이크:이번엔 같이 잘까요.
당신 늘 뜬 눈으로 보란듯이 지새기도 했고.
애니:뭐어, 마지막이니까. 함께 잘까. (눕기 좋은 곳... 예배당 중앙즈음에 옷이나 담요따위를 내려놓는다)
(피식 웃고) 이번에는 자야지.
드레퓌스 츠바이크: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발걸음한다. 먼저 누워 팔을 펴고. 오시죠.
애니:(자연스럽게 살짝 떨어져서 누우려다,) ... 팔베개? 아니면 안기라는 의미?
드레퓌스 츠바이크:어느쪽이든. 좋을대로?
애니:그럼 사양않고. (네 옆이 아닌 위에 엎드리듯 누워버리나) 역시 이게 편하네. 전부터 이렇게 눕고 싶었는데.
드레퓌스 츠바이크:전부터 이랬어도 좋았을텐데요. 살짝 미간을 좁혔다가. 저는 인류의 구원을 바란 적 없습니다.
애니:노트를 쓰느라 못 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못 했다야.) 인류의 구원이라... (역시 많이 졸리고, 피곤하고, 힘드네. 눈을 감는다.) 사실 인류보다는 널 구하고 싶었어. 널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구하는 김에, 인류까지.
드레퓌스 츠바이크:배보다 배꼽이네요. 저는 그대로도 괜찮았는데도.
Ci vediamo di nuovo.
이만 주무세요.
언제나처럼일테니.
애니:... 응, 너도 잘 자고.
당신과 애니가 함께 할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땐 애니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겠죠.
당신은 언제나처럼 잠에 듭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라면서요.
・・・
6월 12일 7:05 pm
언제 잠이 든걸까요.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애니입니다.
애니:~ 잘 잤냐. 츠바이크.
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좋은 아침입니다. 이른 시간이네요.
애니:그동안 못 잔 잠이 너무 많은거 치고는, 눈이 빨리 떠지더라고.
정말 마지막, 일지도 모르네. (널 흘깃 보고) 내가 원하는 대로만 간다면, 말이지만. 뭐어, 출발 할까?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바라보는 애니의 눈시울마저도 붉게 보이는 것은 노을 탓이겠죠.
드레퓌스 츠바이크:変わらない日ですね。 そう。あなたが水玉のように消える夢を見ました。
결말은, 끝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는 파트니까. 손가락으로 눈가를 한 번 훔쳐준다. 갈까요.
애니:それ、ユメじゃないかもしれない。でも、まあ、水玉のように無くならないから、安心しな。
그럼, 갈까.
당신과 애니는 끼니를 해결하고, 함께 걷는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애니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애니:츠바이크, 도착했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예예. 제대로 앞, 보고 걸었으니까요.
・・・
6월 13일 5:52 am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애니:시간은.. 한 시간 정도 남았네. 아슬아슬했지만 제때 도착해서 다행이야.
이봐 츠바이크. 너만 괜찮다면 아침 해 뜨는거, 구경하고 가겠나? 아님 그 사이에 다시 생각해봐. 캘버리에 들어가는 거.
드레퓌스 츠바이크:생각, 말인가요. 역시 그쪽에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애니:나는 이미 마음 굳힌 것 같은데. (대충 구경하다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근처에 자리잡고 앉는다)
드레퓌스 츠바이크:그럼, 이쪽도 굳혔다는 걸로. 옆한 뼘 거리에 앉는다.
애니:나랑 남게? (손을 잡아 달라는 듯이 제 손바닥을 널 향하게 둔다)
드레퓌스 츠바이크:아무래도? 전 남의 사랑엔 관심 없으니까요. 손을 내밀려다가 어깨를 감싸안고 뒤로 눕는다. 당신, 일출이나 보려고 절 붙잡은 건 아니잖아요.
애니:엇, (네 체중이 뒤로 향하자, 함께 눕혀진다. 결국 허공만 휘저은 제 손을 바닥에 내리고) 그렇지, 마지막으로 설득할까 해서 붙잡았지.
말실력은 네게 못미치지만 좀 듣겠어? 아, 그치만 안듣고 싶어도 들어.
드레퓌스 츠바이크:들어나 봅시다. 전 까다로운 담당자니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애니:담당자 말고 연인으로서 들어주는 건? 아니면 제 3자 입장이라거나. 뭐, 우선 말부터 할까.
네가 이 노트를 들고 캘버리로 간다고 하자.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멀리 떨어지는 거야. 전에 갔던 학교 방향이든 교회든. 시간이 허락해주는 만큼. 그럼 적어도 여기에서 사살당할 일은 없겠지.
언젠가 치료제가 만들어지거든, 날 찾아오면 되지 않겠어?
드레퓌스 츠바이크:왜 자꾸 확실하지 않은 것들만 이야기 하는 버릇을 들이는 거죠? 당신. 그거 당신이 레이지를 혼내던 부분이잖아.
애니:그럼 확실하게 말해줘?
나는 교회로 가서 기다릴게. 너는 찾아와.
드레퓌스 츠바이크:자신있습니까.
헛스윙만 몇 번이던데.
애니:하, 이건 눈치챈거 아니었나. 지금까지 좀비가 공격할때 너한테만 달려들었어. 이제 나 혼자면 뭐, 좀비한테는 공격당하지 않을테고.
생존자랑 만난다면, 으음...
... ... ... 그때는 어떻게든 되겠지.
드레퓌스 츠바이크:저는 아주 오래, 1%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더이상 제 인생의 변수로 남을 생각은 마세요.
애니:그건 싫은걸. 네 예상내로만 행동하면 재미없어. 싱거워, 몸이 근질거려.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 평-생 변수로 남아주마.
드레퓌스 츠바이크:곤란하네요.
당신, 멀쩡하지 않다면 죽이겠습니다.
애니:좀비라는 이유로 죽이진 말아주라? 이미 좀비가 되어 버리는 건 확정이니까? (제 손목을 바라보고, 괜히 목덜미를 쓸어내린다. 아아 젠장 손이 차가워.)
아-, 내가 널 못알아보고 물어뜯으려 한다면 그 때는 죽여도 괜찮겠네.
드레퓌스 츠바이크:제가 그런 일 하나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손을 끌어 자신의 뺨에 가져다댄다. 그리 온도가 높은 편은 아니겠지만.
미치거나 어디가 아주 아픈 건 당신 뿐만이 아냐.
애니:(네 뺨에 닿은 내 손은, 네가 느끼기에도 차가울 것이다. 그야 나는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평소라면 내가 차갑다고 느낄텐데, 이상하다. 미지근해.)
흠, 너이니까 할 수 있으려나. 의식이 있는 나를 컨트롤하니까, 의식 없는 나는 더 잘 다루겠지. (피식 웃고) 당연하지. 이런 세상인데 왜 나만 미치고 아프겠나.
드레퓌스 츠바이크:믿어볼까요. 그 날 당신이 그 사람에게 그런 것처럼.
그러니까 이번에도 같은 말이네요. 이제 슬슬 당신도 외워버렸을까.
Ci vediamo di nuovo.
また会おう。
迎えにゆきますから。
슬슬 눈이 내릴 계절이잖아요?
애니:응. 그렇지.
눈이 내리면? 뭐 있나?
드레퓌스 츠바이크:그 땐, 당신이 더 따뜻한 손으로 날 잡아줘야지.
늘 그런 식 아니었습니까.
애니:아아- 당연하지. (대답과 함께 몸을 일으킨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당신의 말은 무거우니까요.
애니:오히려 가볍다고 느끼지 않아줘서 다행이네. 말투 하나는 워낙 털털하니까 말이야.
(눈웃음을 짓는다.) 슬슬 일어날까.
드레퓌스 츠바이크:행간을 읽어내는 건 특기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허벅지에 차고 있던 나이프 홀더를 풀어낸다. 가볍게 한쪽 무릎을 굽히곤 애니에게 맞게 홀더를 채워준다.
일어버려도 가만 안 둘 테니까요.
애니:... (홀더가 채워진 쪽의 발을 바닥에 탁탁 쳐 고정이 된 걸 확인하고) 절대로, 잃을 일 없겠네. 이렇게 잘 고정되어있고.
저 먼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해가 뜨고,
주변이 차츰 따듯한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동이 튼 주변이 환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애니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당신에게 노트를 건네줍니다.
애니:드레퓌스 츠바이크, 이젠 갈 때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노트를 받아든다. 지독한 악연이네요. 노트랑은.
잠시 안녕입니다, A.
애니:.. 너는 끝까지 살아남아.
그리고 반드시 날 찾아내.
드레퓌스 츠바이크:그 문장은 비문입니다.
너도 끝까지 살아남아.
그래서 반드시 날 찾아내,
이렇게 되야 올바른 교정이겠네요.
애니:... 아- 아 알았어. 나도 끝까지 살아남을테니까. 그래서 널 찾아낼테니까.
그러니 이게, 앞으로 네가 캘버리에서 나 없이 홀로 살아갈 이유이자, 나도 살아남을 이유야.